소설 숭례문
배상열 지음 / 비봉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경향신문에 만평을 그리시는 박순찬 화백은 숭례문이 전소한 날 즈음의 만평에서 숭례문을 '말로만 국보'라 하셨지요. 만평을 다 묶어 내신 책(삽질공화국에 장도리를 날려라_책보세)에서는 바로 그날 만평에 대한 코멘트를 다음과 같이 쓰셨습니다.

국보
발만 동동 구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소위 국가의 보물이라고 하는 우리의 숭례문이 잿더미가 될 때까지는.
진짜 보물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홀대받았을까요?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진짜 보물들은 그 털끝 하나도 상처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호받고 방어됩니다.

숭례문이 전소하고 그 참혹한 모습에 참 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저 역시 갑자기 쏟아져내린 눈물의 영문을 모르겠을 정도였으니까요.
숭례문을 그렇게 사랑했던 걸까?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사람도 아니고 그저 별로 관심없이 보아왔던 건축물에 지나지 않는데....

요즘 글을 쓰면서 참고 서적으로 보게 된 책입니다.
숭례문 화재에 대한 당시 상황이 나오다보니 이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많지 않더군요.
덕분에 평소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제가 만나게 된 책입니다.

작가는 머리에 글로나마 숭례문을 복원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문학성과는 관계없이(그러니까 지가 이런 문학성 같은 거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탓에 - -;) 숭례문이 건설되는 즈음의 여러 사실과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버무려 새로운 숭례문을 만들어냅니다.
이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설사 복원된다 해도 그 숭례문이 그 숭례문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도 들어보지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숭례문의 사연을 엿들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렇게 보내버린 숭례문에게 더 미안해지기도 하구요.

작가는 숭례문을 소설로 복원하면서 그 안에 여러 반성을 담아냅니다.
숭례문이 검은 눈물을 하늘로 흘리더라는 어느 시인의 읊조림처럼.
숭례문이 흘리는 눈물에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 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숭례문이 왜 보물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의 열정이 있고, 시간이 있고, 눈물과 피가 서려 있기에 보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보물은 뭔가요?
어떻게든 늘기만 하면 되는 통장잔고? 비싼 값에 팔려야 하는 아파트? 꿀리지 않는 스펙? 여러 의사선생님들의 손길이 닿은 외모?

어쩌면 이 시대의 우리와 숭례문은 함께 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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