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공계를 죽이는가
서지우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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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 현상 이후에 이 토픽을 다룬 신문기사라든가 잡지의 글들, 인터넷 게시판 상의 논쟁 등은 많았지만, 이 책과 같이 나름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싸이엔지의 누군가가 대덕넷에 실린 북 리뷰같은 걸 누가 퍼다놔서, 그걸 보고 한 번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그 뒤에 알게된 얘기로, 또 저자 후기에도 언뜻 드러나듯이, 이 책은 '기획'되었다는 인상을 주며 실제로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나 군데군데 박혀있는 신문 자료 사진과 도표, 그래프 등이 심증을 더한다. 그래서 실제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글자도 크고...-_-;

다만, 실상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표피적인 것만 파악하고 있는 기자들 또는 기타 사람들이 쓴 글과 달리, 이공계 출신의 현직 연구원이 실제 자기 자신이 경험해 온 것들을 제시함으로써 문제의식이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사실상 지금까지 많은 매체들 상에 소개된 것처럼 이공계 위기가 이렇다는 것을 정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다지 색다른 점은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의 핵심은 저자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후반부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저자의 현실 인식이 막연한 소문이나 감에 의존한 것이 아닌, 이공계인으로서의 실제 경험 및 논리적 추론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대책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물론 저자 자신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사회 시스템 자체가 개혁되고 국민들의 마인드 변화가 선행될 때서야 비로소 실현 가능할 것 같은 대책도 몇 가지 있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한 편이라고 본다.

실제 정책 입안 및 집행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요점 정리 및 논점 파악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고, 또 이 주제에 관심있는(관심이 없는데 그냥 읽지는 않겠지...? -_-) 사람들이라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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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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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표지만 슬쩍 봤을 때는, '저자가 전인권? -_-; 보통 사람이 떠올리는 그 전인권? 오...이 아저씨 자기의 노래인생을 뒤돌아보며, 혹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책 하나 썼는갑지' 했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_-; 정치사상 쪽을 전공한 대학교수(혹은 아직은 강사?)였다.

어떤 텍스트의 사회적 함의랄까, 그런 것을 분석하는데 여러가지 예들이 인용될 수 있겠지만, 저자는 5살부터 12살까지 자신의 유년기를 소재로 삼아서 한국 남자의 인성(人性) 형성 과정을 심리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기 고백적이고, 그래서 꽤나 인상적이다.

물론 이 아저씨가 살아낸 60년대 후반과 우리 세대가 살았던 80년대 중반은 여러가지 점에서 틀린 점도 많지만, 이 책의 문제 의식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자 근거라고 할 수 있는 한국 특유의 가족문화와 한국사회의 구조적 특징들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20대인 내가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최종적인 문제는 한국 사회 곳곳에 구조적으로 뿌리박은 '권위주의'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시스템의 부재'(이건 내 생각)인 것이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동굴 속 황제(권위주의와 자기애(narcissism)의 동굴에 갇혀 주위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사람, 자세한 내용은 책 참조-_-)'들은 계속 탄생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우리는 동굴 속 황제들을 탄생시킬 수 밖에 없는 자아관, 인간관, 사회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뭔가 찔리는 느낌을 받는 남자들 꽤 있을 것이다...-_-;;; 약간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들이 중간중간에 나오지만, 그래도 술술 넘어가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리뷰 쓰신 분의 말처럼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지루한 것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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