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앞만 보고 속도에 매몰되어 내달리던우리를 멈추게 했다는 것이다. 성장이란 이름으로 양적 팽창이소비를 낳으며 소비지상주의로 앞다퉈 세계가 쓰레기를 양산할 때우리 모두 죽음의 공포와 함께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다.반강제적으로 처음에 시작된 일상이 점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소비는 줄고 물건이 아닌 잊고 있던 가치에 눈 뜨게 되었다.하늘의 공기가 깨끗해지면서 탄소배출권이나 ‘녹색화’로 해결하려던일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빛을 본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소비를 줄이면 심각한 경기침체와 불황이 올 것처럼 떠들지만 미국의 9.11 테러 이전에는 ‘소비’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높인 적은 없었다.불과 50 년 전에도 우리는 매우 검소하고 부자들의 소비가 억압 받으며 미국의 천박한 과시적 소비는 지양되었다. 기후 과학자 대다수는 지구의 기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인류의 탄소 배출을 제로까지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충격적이게도, 전 세계의 소비를 25% 줄여봤자 그 목표의 4분의 1만 이루는 셈이다. 그렇다 해도 이는 기념할 만한 성취인데, 섭씨 1.5도가 상승하기 전까지 추가 조치를 취할 시간을 몇 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녹색 기술과 청정에너지에 의존해 기후 변화에 맞서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고 소비의 속도를 늦추거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남으로써 얻어낸감소량이 경제 성장과 환경 파괴의 분리로 해소되어야 할 격차를 줄인다. ‘소비를 멈춘 세상’은 비현실적이지만 이해하려면 오래된 것을 존중하는 마음, 그러니까 더 좋은 물건을 더 적게 산다거나 좋은 물건을 유지, 보수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세상이 소비를 멈추는 날에는 더 오래가는 상품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계획된 진부화’란 의도된 노력으로 만물의 품질의 저하의 시대를 맞았다.저품질의 대량 생산품을 짧은 시간에 구입하는 악순환은 환경적으로 최악의 선택이다. 유행의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물건에 대한 선호가 높으며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많은 자원 낭비와 무분별한 소비에서 내구성이란 말은 우리에게 전하는 뜻이 깊다. 이 책은 하나의 달레마에 의해 시작되었다. 우리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예스이다. 끝없는 확장에 얽매인 경제의 속도를 늦추면,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나타난 더욱 완만한 성장의 추세에 합류하게 될 뿐이다. 두려움과 불편함은 우리의 마음을 지치게 하겠지만 인류는 성장이란 신화 없이 오랜 세월 살아온 존재라는 것이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