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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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하고 불편하나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혐오문화, 여론공작, 보수권자의 폭력적 사고방식, 언론의 폐단, 군중심리의 오점 등 다방면에 걸쳐 다루어졌다. 불편함과 불쾌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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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7.8 - 창간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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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권력에 대한 적극적 반기를 드는 문예지는 아니지만 소설가들이 모여 편찬, 기획,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문예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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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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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슬프기에 아름답고 차가울 수 있어서 따뜻할 수 있는 감정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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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가방 일공일삼 8
리지아 보중가 누니스 글, 에스페란자 발레주 그림, 하윤신 옮김 / 비룡소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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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생소하게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하지만 가히 명작으로 알려진 브라질 동화작가 리지아 보중가 누니스의 『노랑 가방』을 소개해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1996년에 한 번, 그리고 1999년에 또 한 번 번역과 판매가 이루어진 이 책은 현재까지 절판되지 않고 판매되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나는 고작 4살이었다. 내 안에 있는 욕망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고, 나를 들뜨게 만든 수많은 상상력과 열정이 뿌연 안개에 가려지듯 모습을 감춰버린 지금에서야 순수한 욕망과 생명력 넘치는 상상력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이 아쉽다.

『노랑 가방』은 현대의 수많은 아동 문학 작가들이 서툰 태도로 접근하거나 외면해버리는, 충분히 그려낼 법한데도 뭉뚱그려 설명하느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되어버린 어린 아이의 욕망을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어린 주인공이 붙잡히지 않기를, 그 순수한 욕망을 안팎으로 갈무리하고 내보내며 성장하길 염원했다. 비뚤어지지 않기를, 어떤 부정적인 시선이나 억압, 폭력에도 지치지 않고 자기 세계에서 완성시켜 온 상상력을 더 높은 세계로 올려 보내기를 바랐다. 그래서였을까. 어린 주인공이 노랑 가방 안에 들어가는 대신 그 안에 넣어두었던 욕망을 하나씩 세상 밖으로 내보냈을 때 나는 깊이 감동하며 소리 없이 환호할 수 있었다.

… “그렇담 왜 여자 친구가 아니라 남자 친구를 생각해 냈지?” “왜냐면 여자보다는 남자인 게 훨씬 더 좋기 때문이에요.” 오빠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정말이니?” “그래요, 정말이에요. 오빠 같은 남자들은 나 같은 여자들이 할 수 없는 것도 많이 할 수 있잖아요. 보세요. 학교에서 어떤 놀이를 할 때도 대장을 뽑으면 늘 남자애들이에요. 집안의 가장도 남자고요.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싶어도 사람들은 나보고 남자애들 운동이래요. 내가 연을 날리고 싶어해도 마찬가지고요. 나 같은 여자애들은 바보가 될 때까지 어리석게 굴 수밖에 없어요. 모두들 늘 오빠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고 책임을 짊어지게 될 사람이라고 하고― 간단히 말해서 오빠가 모든 걸 갖게 될 거예요. 모든 걸. 결혼하는 것까지도. 식구들은 오빠가 스스로 결정하기를 기다리죠. 식구들은 늘 오빠가 우리 대신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를 바래요. 한 가지 알려 드릴까요? 난 소녀라는 게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  pp.20-21

라켈이 욕망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욕망, 소녀가 아닌 소년이 되고 싶은 욕망,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다. 이 욕망은 성장, 자존감, 성취에 관한 욕망들이다. 누구라도 한 번씩 품어보았을 이 욕망들이지만 열한 살짜리 여자아이에게는 다른 수많은 욕망들─사소한, 혹은 하잘것 없는 욕망들을 제치고 가장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욕망이라는 것이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라켈의 욕망은 그녀 자신의 결핍과 주변 상황에서 빚어지는 현상적 결핍을 설명해주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녀는 어린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작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어린 주인공을 꾸짖거나 몰아붙이기만 할뿐 그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거나 공감해주거나,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라켈이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된 이유는 남자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호기심이 왕성하더라도 남자아이였다면 받아들여주었을 행동들이 여자아이인 라켈의 몸과 입에서 자행되니 어른들의 눈에는 탐탁지 않게 비춰지는 것이다. 그런 연유에서 라켈은 어른이 되기를, 소년이 되기를 욕망한다.

난 집으로 돌아와서, 노랑가방 속에 물건들을 정리해 넣었다. 나의 이름 주머니를 정리해서 아코디언 주머니 속에 넣었고, 긴 주머니는 그 안에 숨겨 둘 날씬한 것을 찾을 때까지 비워 두기로 했다. 애기 주머니 속에는 내가 길가에서 주운 옷핀을 넣었고, 단추 있는 주머니 속에는 집 정원을 그린 그림과 다른 그림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넣었다. 지퍼 달린 주머니 속에는 어른이 되고 싶은 욕망을 집어넣고 잘 잠그었다. 또 하나의 지퍼 달린 주머니 속에는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을 더 깊숙히 넣어 두고 잘 잠그었다. 마지막 남은 단추 달린 주머니 속에는 소년이 되고 싶은 욕망을 넣었다(그 욕망은 너무 커서 단추 닫는 데 애를 먹었다) p.39

그녀의 마지막 욕망은 글쓰기에 관한 욕망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글로 기록하는 것 말이다. 이것은 가족관계 내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욕망되어지는 것이다. 그녀의 무한한 상상력. 귀찮을 정도로 호기심이 넘치고, 놀라울 정도로 생동감 있는 그녀의 상상력을 수용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라켈이 어떤 말을 하든 관심없어 했고, 귀찮아 했으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일방적인 소통 거부 앞에서 라켈은 좌절하는 대신 오히려 꼿꼿해졌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냈고, 남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들에 이름을 붙여 우연히 얻은 노란 가방 안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라켈 친구들의 이야기)는 라켈의 손에 의해 기록된다.

라켈의 움직임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어서 어쩔 때 보면 욕망을 이루어내기 위해 움직인다는 느낌보다는 욕망에 지배당한 채 움직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이 욕망이라는 것은 인간의 행위를 유도하고 의지를 불러 일으키며, 인간의 실천력을 요구하는 거대한 동력이라 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희망이라는 단어로 바꿔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저 막연하고 무기력하게 다가오는 희망이라는 단어 보다는 힘차고 의지적으로 다가오는 욕망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해 보인다.
 

 

인간의 욕망은 동물적 본능에서부터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생기는 다양한 욕구까지 모두 포함한다. 마땅히 이성의 지배하에 놓여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육체적 욕망과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고 생산하려는 긍정적 힘으로서의 욕망(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는 욕망을 이렇게 정의한다)까지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욕망은 성적 환상을 가진 사춘기 소년의 짝사랑에서부터 흔히 '웰빙'이라고 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사회변혁을 꿈꾸거나 명상을 통해 영혼의 구원을 꾀하는 것까지, 모든 인간행위들과 관계를 맺는다.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이기 때문이다.

“왜 너의 아빠가 요리를 하고, 엄마가 냄비를 고치는 일을 하는 거니?” “왜냐면 오늘 엄마는 벌써 요리를 많이 했구, 아빠는 꽤 많은 것들을 수선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벌써 공부를 많이 했고, 할아버지는 냄비 때우는 일을 많이 했거든. 그래서 시간이 됐으니까 이제는 일을 서로 바꾸는 거야.” “왜?” “누구도 한 가지 일을 너무 오래 하지 않기 위해서지. 아무도 자기가 하는 일이 남이 하는 일보다 더 지겹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지.” “할아버지는 그럼 공부를 한단 말야?” “응.” “그렇게 나이가 드셨는데도?” …… “할아버지는 겉모습만 늙으셨어. 할아버지 마음은 늘 젊고 새로운걸.” “어떻게?” “늘 공부하시기 때문이지. 아빠나 엄마보다도 더 많이.” “부모님도 공부하시니?” “우리 집에선 누구나 공부를 해.” “언제나?” “응, 언제나 배울 게 있거든.” “각자 어떤 공부를 하라고 누가 결정하니?” “무슨 말이야?” “누가 그런 것들을 결정하니? 누가 대장이니?” “대장?” “응, 집의 대장, 가장 말이야. 그게 누구지? 아빠니, 할아버지니?” “왜 가장이 있어야 하는데?” pp.140-141

이런 관점에서 라켈의 욕망은 이해 받아 마땅한 것이며 필연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욕망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산 아가씨를 고쳐주기 위해 라켈이 찾은 '만물상'에서 그녀는 그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결함을 찾아내 고친다. 이 결함이라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요구했거나, 이미 지나버린 환경에 익숙해진 그녀의 가족들이 반복적으로 강요하는 옛 환경의 산물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 스스로 취해 온 편견과도 같다. 만물상에서 목격한 가족들의 행위가 라켈의 편견을 깨뜨리면서 그녀는 자신이 품어왔던 욕망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대신 밖으로 밀어 보내며 성장한다.

그녀가 처음 가졌던 욕망들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적인 욕망이 이전의 욕망들을 이겨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욕망의 짝은 욕망이며 욕망의 적도 욕망이다. 끝을 모르는 욕망도 브레이크가 걸리는데, 그것은 바로 또 다른 욕망 때문이다. 혀에 좋은 음식은 무한정 먹을 수도 있지만 건강에 대한 욕망이 이를 제어하는 것과 같다.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려는 욕망은 정신적 성장에 대한 욕망에 의해 제어된다. 욕망은 짝이자 적인 다른 욕망들과 대결하고, 갈등하고, 화해한다. 이렇게 의식적, 무의식적 욕망들이 충돌하면서 우리는 '자각'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순간순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 『노랑 가방』은 라켈이 특정한 행위 앞에서 좌절감을 느낀 뒤 성장하게 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직시한 뒤 스스로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성장 이전에 품었던 욕망을 의연하게 떠나보내는 라켈의 모습은 누니스의 손 끝에서 따뜻하게 표현된다.

그녀가 들고 다녔던, 우연히 구하게 된 '노랑 가방'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글쓰기에 관한 욕망마저 가방 밖으로 나가버리자 그녀는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결핍으로 가득 차 있었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을 섬세하고 따뜻한 문체와 시선으로 표현한 리지아 보중가 누니스의 『노랑 가방』은 어떤 형태의 여운보다 가뿐한 후련함을 선물한 채 마무리된다. 인물이 어떤 사건 앞에 부딪혀 좌절하고, 시련을 이겨내면서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물 스스로 내면을 탐구한 뒤 자연스럽게 성장의 과정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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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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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사유하면서도 인물들이 짊어진 부채감에 대해 깊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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