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7
여을환 글, 김천정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전래동화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헤매지 않고 줄줄이 읊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전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난 안데르센 동화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자랐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를 읽고 눈을 반짝이기보다 전래동화를 듣고 꺄꺄, 소리 지렀던 적이 더 많았다. 어릴적에 외할머니 무릎 위에 앉아 "할머니, 재밌는 이야기 없어?"하고 물으면 외할머니께서는 "우리 강아지~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시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동네에 어린 아이들이 없어 함께 놀만한 마땅한 친구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곧잘 외할머니께 아양을 피워가며 "옛날옛날에~"하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었다. 그런데 16년이나 지난 지금, 어릴적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를 그림책으로 읽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것 투성이다. 전래동화는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뿐만이 아니다. 들려주는 이에 따라 이야기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의 종류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읽은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도 그렇다. 갑돌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 풍뎅이, 밤, 쇠똥, 밥주걱, 맷돌, 자라라 갑돌이를 향해 다가와 "나도, 나도 데려가 주세요."하고 조른다. 갑돌이는 길에서 만난 여섯 인물(사물)들을 말에 태우고 길을 가다가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고자 하는데 그 집에 사는 처녀는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으러 올 것이라며 피하라고 한다. 갑돌이와 여섯 친구는 자신들이 호랑이를 혼내주겠다며 각자 자리를 잡고 준비한다. 마침내 호랑이가 오고, 풍뎅이가 불을 끄자 불을 켜기 위해 아궁이에서 불씨를 찾으려는 호랑이의 눈에 밤은 재를 뿌린다. 눈을 씻으려던 호랑이가 물이 담긴 항아리에 손을 넣자 자라가 날카로운 이빨로 호랑이 발을 꽉 깨물고, 허둥지둥 놀라 뛰쳐나온 호랑이 발을 쇠똥이 몸을 주욱 늘려 미끌어지게 만든다. 넘어진 호랑이의 머리 위로 맷돌이 뛰어 내려 호랑이는 비명횡사하고, 갑돌이는 호랑이를 말에 싣고 가서 냇물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 처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어디서 들은 듯한 이야기인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찾아보니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다.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하자 할머니는 자신이 죽을 쒀 먹어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 그 때 잡아 먹으라고 한다. 호랑이는 그러겠노라, 하고 돌아간다. 할머니는 팥죽을 쑤면서 펑펑 우는데 그 소리를 들은 알밤, 자라, 개똥, 송곳, 절구, 멍석, 지게가 와서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는 도와주겠다고 한다. 다들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먹고 호랑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 호랑이를 혼내주고는 멍석에 돌돌 말아 시냇물에 빠트린다. 그들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되었다.

 

전래동화를 출판하는 출판사마다 빠지지 않고 출판되는 이야기인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장인물도 다르고 결과도 조금 다르지만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와 닮아있다. 아니,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비문학이란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다보니 그 내용이나 등장 인물들이 각각 달라지거나 추가되는 것이 특징인데, 내용을 조금만 달리해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게 가장 매력적이다. 그런 면에서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갑돌이와 산속 처녀가 행복하고 오래오래 사는 해피엔딩으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느끼지 못한 묘한 매력을 선물한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조인 이 이야기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게 있는데 바로 호랑이다. 호담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조선에서 호랑이는 이야기 속에서 한 때는 의인으로, 악인으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눈물샘과 웃음보를 자극했다. 의를 지키는 의로운 호랑이, 무시무시한 악인 호랑이, 산신령으로 등장한 호랑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인물들에게 당하는 호랑이 등등 다양한 패턴의 호랑이들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등장한 호랑이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꾀에 넘어가 호되게 당해 목숨까지 잃는다. 강자인 호랑이가 약자인 처녀를 잡아먹겠다며 엄포를 놓고 괴롭힌 것은 옛날 지배층이었던 이들이 사회적 약자인 백성들의 식량까지 약탈하며 괴롭게 만들었던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는데 이는 아마도 그 시절의 억울함과 괴로움을 민담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것 같다.

 

 

다양한 전래동화를 읽고 다음 세대의 아이들도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 고구려, 백제, 발해에 대한 역사도 그렇고 한글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다. 다른 나라에서 찝적거리며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기 시작할 때에만 반짝 열받고 일어난다. 그리곤 곧바로 잊어버린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전래동화도 우리 민족의 사상과 얼이 반영된 민담이니 전래동화를 자주 접하며 우리 본연의 것에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 서평은 '길벗어린이 서평단 1기'로 활동 중 출판사 길벗어린이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