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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ㅣ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 그 책에 대한 내용이나 평을 잘 보지 않는 편이야.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읽고 싶다고 느껴지는 책을 읽는 게 좋아. 왜냐하면 어떠한 기대도 편견도 없이 오롯이 내 의지대로 읽고 평하고 싶거든. 그리고 이미 알아버린채 읽으면 놀라움과 새로움 등의 감정은 꽤나 느끼기 힘드니까.
이 책은 그냥 제목만 보고 읽고 싶었지. 그리고 이런 내용이었다니! 놀라기도 했고 영국이라는 나라도 결국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나라였구나 싶었어. 어쩌면 시기만 다를 뿐, 옛날의 여성들의 가정내 지위는 그정도였는지도 모르겠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케이티와 질리가 런던으로 떠나 그 곳에서 일을 구하고 자유롭게 사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처음 나왔던 방화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든? 그런데 그 방화 사건으로부터 모든 건 시작되는 거였어.
방화범의 가족이 들려주는, 방화범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와 얽혀있는 여자들이 들려주는 과거. 가정 내 폭력. 마음이 무너졌었어. 왜 내가 억울하고 왜 내가 화가나는건지. 같은 여자라서일수도 있지만 나는 건강한 사람이니까.
세상 어디를 가도 멀쩡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는 거겠지. 라일라와 같은 가정 폭력을 휘두르고 방화와 납치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케이티의 아빠나 변호사 찰스같은 아주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
책을 읽을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여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여기에 다 담겨있구나. 슬펐어. 지금은 우리나라도 가정폭력을 가정 내 폭력으로만 보고 있지 않지만 옛날에는 경찰을 불러도 '알아서 하쇼'라며 돌아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들었어. 지금은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나는 잘 몰라. 옛날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잘 모르니까.
데이트 폭력과 그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고 가정폭력으로 집을 뛰쳐나와 어렵게 사는 여자들이 여전히 있다는 건 알아. 언제쯤이면 완전히 변할 수 있을까.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을 고르고, 고른 그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으면 버릴수 있는 용기도 있었으면 해. 그 이전에 세상이 바뀌면 더 좋겠고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