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막연함에 속았다
권다예 지음 / 다독임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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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같았던 글들이 많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지만 어째서인지 빨리 읽혀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이제서야 다 읽게 된 책.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한 책.

책을 읽고 덮고 수많은 반복을 하다가 깨달았어. 아아 그런거였어. 자꾸 내 마음 같은 글이 나를 콕콕 찔러서 마음이 불편해졌던 것, 회피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자꾸만 나를 괴롭혀서 나는 이 책을 빨리 읽을 수가 없었던 거야.


115p 나는 돈을 벌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가 원하는 것으로 돈을 벌기엔 너무도 까마득해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하지만 '잠시 휴업 상태'라고 말하면 조금 이해하기 쉬우려나. 돈벌이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지금의 나는, 자주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차오르곤 한다.​


희미하게 미소짓기도 했고 쓸씁하게 웃기도 했고 울컥하기도 했어. 나는 자꾸만 이 책이 내 마음 같아서 한 문장을 읽고 또 읽었어. 뭔지 몰랐던 그 감정이 이거였나 싶기도 했어.

불안했던 내가, 작가의 글 앞에서 내 불안의 정체를 알게 되고 내가 얼마나 무능한지 내가 얼마나 감정적이고 하찮은지. 나는 그래서 울컥 눈물이 고이면 책을 덮고 생각을 멈추자 생각을 멈추자 그 생각으로 생각들을 숨겼어.

책에 꿈에 대한 내용이 꽤 나오는데 나는 꿈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 꿈이라고 해봤자 연어를 배부르게 맘껏 먹고 싶다, 조금만 더 돈이 있었으면 좋갰다 그런 바람정도? 그런데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편지로 나에게 늘 꿈꾸는 소녀라고 나를 지칭했던 게 떠올랐어. 나는 그때 무슨 꿈들을 그렇게도 많이 꿨을까. 추억에 잠기기도 했어. 그때의 내 꿈들 그리워. 그리워서 아팠어. 그때의 내가 그리워. 그리고 의식하지 못한채 나는 계속 꿈을 꾸고 있었어. 그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어. 여전히 나는(유치하지만) 꿈꾸는 소녀(소녀라고 하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지만)


124p 그날 이후로도 번번이, 그리고 아주 꾸준히 나는 내 꿈에서 도망치려 노력했지만 언제나처럼 또다시 꿈 앞에 주저앉아 울기만을 반복했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여전히 꿈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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