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같았던 글들이 많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지만 어째서인지 빨리 읽혀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이제서야 다 읽게 된 책.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한 책.책을 읽고 덮고 수많은 반복을 하다가 깨달았어. 아아 그런거였어. 자꾸 내 마음 같은 글이 나를 콕콕 찔러서 마음이 불편해졌던 것, 회피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자꾸만 나를 괴롭혀서 나는 이 책을 빨리 읽을 수가 없었던 거야.115p 나는 돈을 벌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가 원하는 것으로 돈을 벌기엔 너무도 까마득해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하지만 '잠시 휴업 상태'라고 말하면 조금 이해하기 쉬우려나. 돈벌이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지금의 나는, 자주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차오르곤 한다.희미하게 미소짓기도 했고 쓸씁하게 웃기도 했고 울컥하기도 했어. 나는 자꾸만 이 책이 내 마음 같아서 한 문장을 읽고 또 읽었어. 뭔지 몰랐던 그 감정이 이거였나 싶기도 했어.불안했던 내가, 작가의 글 앞에서 내 불안의 정체를 알게 되고 내가 얼마나 무능한지 내가 얼마나 감정적이고 하찮은지. 나는 그래서 울컥 눈물이 고이면 책을 덮고 생각을 멈추자 생각을 멈추자 그 생각으로 생각들을 숨겼어.책에 꿈에 대한 내용이 꽤 나오는데 나는 꿈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 꿈이라고 해봤자 연어를 배부르게 맘껏 먹고 싶다, 조금만 더 돈이 있었으면 좋갰다 그런 바람정도? 그런데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편지로 나에게 늘 꿈꾸는 소녀라고 나를 지칭했던 게 떠올랐어. 나는 그때 무슨 꿈들을 그렇게도 많이 꿨을까. 추억에 잠기기도 했어. 그때의 내 꿈들 그리워. 그리워서 아팠어. 그때의 내가 그리워. 그리고 의식하지 못한채 나는 계속 꿈을 꾸고 있었어. 그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어. 여전히 나는(유치하지만) 꿈꾸는 소녀(소녀라고 하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지만)124p 그날 이후로도 번번이, 그리고 아주 꾸준히 나는 내 꿈에서 도망치려 노력했지만 언제나처럼 또다시 꿈 앞에 주저앉아 울기만을 반복했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여전히 꿈 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