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아 볼 생각이 없었어. 이미 제목에 꽂혔고, 표지에 적힌 이 글이 너무나 와 닿았으니까. 어쩐지 이 책을 단순히 읽고 싶은 게 아니라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 삶은 내게 상상 이상으로 무관심했고, 누구도 내 이름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받았다.프롤로그를 읽고 조금 놀랐어. 나는 당연히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이었어. 그것도 단편 소설집. 무려 8개의 단편.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다 다른 이야기인데도 다 똑같은 이야기같은 건 어째서 일까. 글을 쓰는 작가의 상황이 감정이 늘 똑같았던 것만 같은. 한 번 앉은 자리에서 8개의 단편을 모조리 해치워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째서 프롤로그일까. 책이 아쉬웠던 건 제목과 표지의 글과 소설의 연관성을 내가 찾아내지 못해서 그런거겠지. 나는 왜 찾지 못했을까.작가는 작가라는 이름이 아니라 소설가라는 이름을 갖고 싶어했어. 나는 어떤 이름을 갖고 싶어 했더라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데 문득 고용센터에서 들은 수업에서 이작가라는 별칭를 내가 나에게 지어주었던 게 생각났어. 나는 어떤 글이든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언제든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 작가라는 이름을 갖고 싶었지하고 잊고 있던 내 이름을 찾아냈어.8개의 단편소설 중에 완벽한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은 조금 말하고 싶어. 남편의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요리라고는 할 줄 모르는 아내가 미역국을 끓이는데 친구가 알려준 레시피는 무용지물이 되었어. 다 터버렸거든. 그게 어찌나 안타까운지, 옆에 당장 달려가서 아니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라며 알려주고 싶더라. (물론 나도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망쳐버린 요리와는 달리 남편은 참 따뜻했어. 이런 남편이라니 좋네, 부럽네 라는 생각이 들었지.소설가 말고 작가는 어떠신가요? 라고 묻고 싶어. 에세이를 쓴다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나의 희망. 김지우 소설가의 또 다른 책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 뭔가 나한테 와닿는 나를 위한 글 같은 그런 책이 있을 것만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