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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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벌써 서른셋을 지나버렸지만, 그래도 눈 깜짝할 사이 내 나이가 되어버렸으니 괜히 눈길이 가서 읽고 싶어졌지. 근데 소설과 제목이 딱 들어맞는 느낌은 아닌 거 같았어.

영오는 문제집을 만드는 출판사를 다니는데, 매일 야근에 찌든 직장인이지. 어쩌면 아주 흔한 그런 직장인. 나는 직장인은 아니어서, 왜 그렇게까지 사냐 영오야라는 마음. 근데 그게 평범한 삶일지도 모르겠어. 나는 나를 희생하며(월급을 받는다지만) 무언가를 할 사람은 아니어서 그런 직장 생활은 못해. 그래서 늘 평범에서 세발자국은 떨어져서 살아.

미지는 고등학교는 가지 않겠다는 중3. 나는 고등학교에 가려고 무진장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미지는 학교에 가기 싫을까 궁금해졌어. 미지의 이야기를 듣고 미지가 가진 아픔을 느끼고 나서 든 생각은 죽어버린다는 건 너무 못된 짓. 죄를 안고 죽는 건 더더욱.

영오와 미지 말고도 강주, 김밥집 옥봉 할머니와 아들 덕배, 두출할아버지와 고양 고양 우는 고양이 버찌, 두출 할아버지의 딸 도로시 아줌마, 집을 나간 도로시 아줌마 아들 범수, 영오의 아빠 호석과 이모 보라까지. 하나같이 다 마음을 흔들어서 책을 읽는 내내 곱씹어 봤어. 그리고 외로운 아이 영오 그리고 미지였는데 이제 더는 외롭지 않겠지 싶어. 영오는 아빠가 주고 간 사람들이 있어서. 미지는 똑똑한 아이라서 사는 게 뭔지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 잘 아니까, 외롭지 않으려면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아니까, 괜찮을거야. 그런 안심.


175p "사람이 죽을 땐 얼마나 아플까요. 얼마나 늙어 있을까요." 영오가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사실 나도 두려워요. 오." 강주가 말했다. "언젠가는 우리가 그 답이 될테니까요."


책은 서른셋을 산 사람의 이야기라기 보다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어. 보라는 자신들의 공통점이 '우리한텐 죽은 사람들이 있단거지.' 라고 말해. 살아있는 사람들의 죽음, 그 죽음을 겪어내는 살아있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이야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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