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평범한듯 너무나도 일상적인 그리고 덤덤한 책, 무탈한 오늘

나는 책을 읽으며 마음이 울컥했고 따뜻했고 한편으로는 외로웠어. 가진 게 없어서, 추억을 공유할 수 없어서, 일상을 함께할 이가 없어서, 나를 온전히 좋아해주는 존재가 없어서, 온기를 나눠주는 무엇도 없어서, 김치가 있냐고 물어봐 주는 가족이 없어서 나는 조금 울었어.


28p 아침에 인사하고 저녁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충분히 나의 일상도 무탈한데 아무일 없는 오늘이었고 또 내일이겠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 본 오늘이 그리울지는 잘 모르겠어. 잃고 나서 깨닫는 건 무수히 많지만 잃는다는 게 그게 무엇이던 두렵지만 나는 오늘을 지우고 싶어.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요즘 무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 사진에 시선을 뺏기고, 마냥 좋은 고양이 사진을 마음에 담고, 무덤덤한 문체에 또 그만큼이나 일상적인 그의 일상에 질투도 생겨났어.


167p 체온을 가진 존재의 힘은 묵직하고 온전하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요즘, 조금 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자꾸만 벗어나려는 요즘, 뜻대로 되는 것은 없고 현실에 만족하는 법도 몰라서 마냥 힘든 요즘. 나도 무언가를 잃을 뻔 하면, 잃을지도 모른다는(막연한 두려움 말고) 실체를 가진 두려움을 맞닥뜨리면 오늘이 지금의 일상이 고마워질까 그런 생각도 들어.

나는 요즘 자꾸만 내가 싫어져서 현실이 무거워서 그러니까 내가 쓰는 글도 자꾸 어두워지는 것같아서, 무덤덤한 이 책을 읽는 순간이 좋았어. 책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어. 마음을 다할 수 있는, 그래야 하는, 그럴 필요가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도 가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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