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드팀전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어제밤에는 예찬이가 자정을 넘겨깻다.1시간 가량 찢어질 듯 비명도 지렀다.이웃집에서 뭐라 하진 않을까 신경도 쓰였지만 설마 새벽에 문을 두드리기야 하겠느냐며 생각을 지웠다.거의 1시간 정도 징징거리다가 잠이 들었다.밤이 힘든 건 외로운 사람들만이 아닌가 보다.세상의 많은 아기들에게 밤은 힘드나봐.왜 그런지는 모르겠네..

새벽 1시를 훌쩍 넘겼는데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아마 다음날이 쉬는 날이어서 마음에 여유가 있었던 듯 하다.다 큰 어른이 외갓집 찾아가는 횟수로 방문하는 나의 불면증.어제가 그날이었다.덕분에 책이나 읽자며 <미국의 송어낚시>를 40분쯤 봤다.누워서 보자니 허리도 아프고 해서 책을 덮고 컴퓨터를 켰다.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다시 누웠지만 잠이 들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대략 4시 가까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7시에 자명종이 울려 깨어 났다.그 이후에도 몇 번 더 깻던 예찬이도 자명종 소리가 귀찮은 듯 깼다.오늘은 휴일인데 시계를 꺼놓지 않다니...불찰이다.

아침에 모차르트를 들었다.사실 이 페이퍼를 쓸때부터  어떤 곡을 가장 먼저 고를까 생각해야만 했다.의외로 쉬웠다.6월 햇살에 담장 넘어 온 붉은 장미처럼 어디서나 만만한게 모차르트다.그리고 협주곡이었으면 했다.클래식을 처음 듣는 경우에 소품을 건너뛴다면 협주곡이 가장 무난하다.오케스트라도 즐길 수 있고 각 악기의 현란함도 즐길 수 있다.또 연주자들의 면면을 느끼기에도 좋다.

지난 해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었고 또한 예찬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나는 기념으로 자동차 뒤에다가 은색 알파벳 스티커로 'MOZART 250'을 붙였다.사실 스티커 부작 부위에 흠집이 생겨서 가리려고 고민하다고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겸사 겸사해서 예찬이와 함께 음악을 들었다.물론 예찬이는 또 스피커 유니트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지만 이제 더이상 망가질 것도 별로 없어보여서 그냥 내버려두었다.조금 장난하더니 부엌 뒤편 다용도실로 기어가서 쓰레기통에 애착을 보였다.무려 6번을 다시 들고 거실로 왔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kv 466을 들었다.

모차르트는 27개의 피아노협주곡을 만들었는데 초기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어린 시절에 쓴 습작 수준의 작품이어서 그렇다.또 당시에는 요즘 처럼 악보관리나 저작권 관리가 철저하지 않아서 몇 몇 섞인 것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하여튼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대개 후반기 작업들이 자주 연주되고 녹음된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d단조곡이다.1785년에 작곡되었다고 한다.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재미있는 것은 이 곡이 모차르트가 처음 단조로 만든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것이다.이어지는 협주곡 24번과 함께 단조 협주곡으로 자주 연주된다.

1악장을 듣다보면 왜 모차르트를 '질주하는 슬픔' 이라고 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울음을 자신과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시골 운동장을 달리는 소년의 마음같다.현악기의 당김음과 음울한 저음의 현악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결코 느리지 않다.1주네는 흐린 날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을 생각하게 된다.바닷빛과 하늘 빛이 그리 다르지 않다.회색빛 두 선 사이로 무언가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보인다.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소통하기 시작하는 첫 마디에서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부드럽고 상냥한 햇살이 느껴진다.나는 이 곡을 들으면 바로 그 부분.오케스트라의 메기기에 이어지는 피아노의 후렴의 첫 건반 소리가 늘 기다려진다.여름 날 흙먼지 운동장 바닥으로  떨어지는 첫번재 빗방울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2악장은 예전에 어느 CF에서도 쓰여서 그런지 '아기 로맨스'다.큰 잎에서 분가한 작은 부레옥잠 처럼 피아노 건반이 유영한다.''다 다라라라 라라 라라 다단 ....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들어보면 '아 ..이 곡 알아' 할만큼 유명한 아기자기 예쁜 곡이다.다른 곡이 지겨우면 2악장만 재미있게 들어도 별 상관없다.나는 이곡을 들으면 자꾸 편안하게 잠자고 있는 아기들이 생각난다.아무래도 그CF 때문인지 어디서 본 영상 때문이지 모르겠다.영상이 음악과 만나면 장점도 있지만 이렇게 방해를 하기도 한다.

3악장 론도.빠르기는 알레그로 아사이.많이 빠르다는 뜻이다.1악장 처럼 다시 d단조로 진행되는데 조성은 같지만 1악장처럼 음울한 느낌이 강하지는 않다.1주제부터 힘차게 시작해서 그런 듯 하다.

클래식이 의외로 생활에서 여기 저기 많이 들린다.우리 나라에서는 결혼할때도 멘델스존과 바그너의 축복하에서 식이 진행된다.그 곡들이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과 바그너의 <로엔그린> 중에 나오는 곡인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관심을 가지려면 약간씩 관심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기타를 잘 치기 위해서 플랫위에서 '도' 소리가 나는 자리가 어디인지 다 외워야하고 야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야구 규칙을 어느정도 알아야하는 것 처럼 말이다.한 남자가 야구장에 여자친구 데려갔는데 여자가 그러더란다.'왜 저 사람은 볼 4개 먹으니까 1루로 나가' ..

오늘 아침에 들었던 음반은.

 프리드리히 굴다/클라우디오 아바도/빈필하모닉(DG) 연주였다.내가 처음으로 산 20번 연주여서 다른 연주들보다 특히 애착이 간다.굴다는 아주 괴짜 피아니스트였다.유대인 모자를 쓰고 자주연주했고 재즈 음반도 여러장 냈다.흔히들 '빈 3총사'라고 불렸다.파울 바두라 스코다,외르크 데무스와 함께 빈의 정서를 잘 표현한 피아니스트로 꼽힌다.젊은 날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빈 필 특유의 유려한 현악 울림이 곡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클라라 하스킬/이고르마케비치/라무뢰오케스트라(Ph) 녹음 역시 훌륭한 연주로 많이 알려져 있다.클라라 하스킬은 모차르트 연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왔다.하스킬은 18살때 한창 나이에 세포경화증이라는 몸쓸 병에 걸려서 꼽추 할머니같은 모습을 같게 되었다.젊은 시절에는 무척 예쁘고 단아했는데..하지만 그녀의 모차르트 연주는 박음질이 없는 천상의 옷과 같은 느낌을 준다.굴다에 비해 덜 화려한 데 그점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루돌프 제르킨/클라우디오 아바도/런던심포니(DG) 녹음은 자주 듣진 않지만 가끔 무게감있는 모차르트를 듣고 싶을 때 찾는다.그렇다고 모차르트를 베토벤처럼 연주하지는 않는다.제르킨은 말년에 모차르트 협주곡 녹음을 아바도와 남겼다.음을 곱씹는 듯,조금은 사색적인 음색이 여럿의 취향이 되긴 조금 힘들겠지만 이상하게 듣고 싶어질 때가 많다.커플링면에서는 앞의 두 음반 보다 떨어진다.(굴다-20,21번 협주곡,하스킬-20,24번 협주곡,제르킨-20,12번 협주곡.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도 그랬지만 노장의 연주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아니 그냥 감동하고 싶다.(굴다-20,21번 협주곡,하스킬-20,24번 협주곡,제르킨-20,12번 협주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