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나귀님 > 주마"관"산으로 뒤적이기 (83) : 삼국지와 자치통감

사마광의 <자치통감> 번역본이 새로 나온 것은 알고 있었는데, 오늘 우연히 진수의 <삼국지>도 번역본이 새로 나온 것을 알고 좀 놀랐다. 이젠 정말 "절판본"이라는 말 자체는 없어질 운명에 처한 것일까? 사마광의 <자치통감>은 예전에 제1권, 제2-4권이 각각 다른 출판사(제1권은 "세화"라는 기술서적 전문 출판사, 제2-4권은 역사 전문인 "푸른역사"에서 나왔다)에서 출간된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제5-8권은 아예 번역자(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가 "삼화"라는 출판사를 등록해서 펴낸 것이라고 신문기사에 나왔다. 정확히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전31권으로 예정된 책의 첫 8권이 벌써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녀야 하는 셈이 되니 참으로 딱하다. 이번에 나온 책에 수록된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이미 <자치통감> 번역은 2005년에 끝났고, 향후 6개월마다 4-5권씩의 분량으로 번역서를 출간해 2009년 12월에 제32권 "해설"편과 애초에 다른 곳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제1-4권을 재출간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인 듯하다. <자치통감>의 번역은 일본에서도 아직 완간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여간 출간 그 자체만으로도 일단 의의는 적지 않을 듯하니 부디 무사히 완간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자치통감>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번역서는 예전에도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1980년대에 삼성출판사의 세계사상전집 가운데 총3권으로 번역된 김충렬 고대 철학과 교수(와 그 제자들)의 번역본 <자치통감>이었고, 또 하나는 1990년대 들어 나온 홍신문화사의 동양고전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통감>이었다.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은 <자치통감> 원본이 아니라 <통감절요>라는 일종의 축약본을 대본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본(가령 2009년에 완간될 해설 포함 32권본)에 비하자면 무척이나 분량이 짧고, 그중에서도 한 권짜리인 홍신문화사 판 <통감>은 완역이 아니라 <절요>의 전체 분량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을 수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출판사 판 <자치통감>은 본래 세계사상전집 가운데 제4회 배본에 해당하는 76-100권 가운데 한 권으로 예정되어 있었나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무슨 이유에선지 전집이 완간되지 못한 채로 끝나 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간혹 헌책방에서 만날 수 있는 세로쓰기 (작은 판형) 삼성 세계사상전집은 1-75권까지뿐이다.) 그러다가 이 책은 나중(90년대 들어)에 전50권짜리 가로쓰기 사상전집 시리즈가 나왔을 때 <자치통감 I, II, III>이라고 해서 총3권으로 나왔다가, 그 다음에 표지를 바꿔서 그중 꾸준히 팔리는 것으로 30권인지 33권인지짜리로 개정판이 나오면서부터는 또다시 쏙 빠져버려서 상당히 "희귀한" 책이 되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50권짜리 가로쓰기 전집에 수록되기 전인 1987년에 에 삼성출판사에서 <자치통감> 상중하 권을 박스에 담아 단행본으로 출간한 적도 있었는데, 나도 운 좋게 그 세트 가운데 하나(91년에 나온 3쇄본)를 구해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처음 판본은 상중하 대신 천(天), 지(地), 인(人)이라는 구분기호를 쓴 것으로 기억한다.

 



<삼국지>의 경우는 아마도 진수의 역사책 <삼국지>보다는 나관중의 소설책 <삼국지연의>가 더욱 유명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진수의 <삼국지>는 1994년에 처음 신원문화사에서 출간되면서 이름을 <정사 삼국지>라고 했다. 위서, 오서, 촉서 세 가지로 나누어 각각 4, 2, 1권으로 이루어져 총7권으로 완간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절판된 지 오래라 나도 여기저기 헌책방을 통해 겨우 위서 4권만 맞춰놓고 있었는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같은 번역자의 책이 총4권(위서 2, 촉서 1, 오서 1)으로 재간행된 모양이다. 그래도 <삼국지>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소설이 얻은 큰 인기를 고려해 볼 때 다른 중국 역사책 원전(가령 <사기>나 <한서> 등)에 비하자면 그래도 꾸준히 수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에도 과연 민음사의 "불패" 신화(셜록 홈즈건 몬테 크리스토건 간에 딴 출판사 판본은 망해도 민음사 판본은 팔린다는 것! 이것 역시 paradoxa minumsa 가 아닐까.)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중국의 역사서 가운데 보통 "정사"로 꼽는 것을 흔히 "이십오사"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사기>와 <한서>와 <삼국지>부터 시작해서 우리에게는 오히려 생소한 후대의 역사서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으로는 <사기>(완역)와 <한서>(부분역으로 "열전"이 세 종류, "예문지"가 한 종류 나와 있는 정도로 알고 있다), 그리고 <삼국지>가 전부인데, 어쩌면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가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편년체 사서인 <자치통감>이 어느 정도 커버하고 있으니 도움이 되고, 또 그 이후의 이야기는 부족하나마 증선지의 <십팔사략>이 또 어느 정도까지 커버해주기 때문에, 다른 책은 몰라도 <자치통감>과 <십팔사략> 정도는 좋은 번역본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십팔사략>의 경우는 이름 그래도 중국 정사 가운데 처음부터 열여덟 권을 축약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분량이 많지는 않아서 제법 읽기가 용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엉뚱하게도 <십팔사략>이라고 하면 고우영의 <만화 십팔사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솔직히 내 기억에 그건 고우영의 만화 중에서도 이상하게도 좀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그의 초기작인 <임꺽정>이나 <일지매>에 나타난 정교하면서도 인상적인 그림과 배경, 그리고 먹 사용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잇을 것이다.) 내 기억에 <십팔사략>의 완역(?)은 예전에 박영사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세 권짜리가 아닐까 싶고, 나중에 미래사인가 어디에서 두어 권으로 다시 나온 <십팔사략>(완역은 아니고 재편집본)도 지금은 절판된 지 오래인 것으로 안다. 사실 이 정도면 지금쯤 다시 한 번 나와도 될 것 같은데 어째 소식이 없는 지 궁금하다. 벌써 나왔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까? (쓰고 나서 찾아보니 탐구당에서 선집이 새로 하나 나왔고, 명문당에서 완역본 가운데 1권이 출간된 모양이니 머지않아 완역이 나오긴 나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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