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와 산다 -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민경 지음 / 현문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언제나 곁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시던 두 분의 사랑 속에서, 막내손녀를 유독 예뻐해 주시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잠이 들곤 했다. 돌아가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할아버지의 따뜻하고 큼지막한 손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 하다. 꿈에라도 다시 한 번 뵙고 싶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며, 나는 할머니와 산다고 말하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게다가 제 3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니, 기대를 잔뜩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손녀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상상했는데 이 책의 내용은 조금 당황스럽게도 할머니의 혼령이 손녀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잠시 손녀의 몸속에 들어온 할머니는, 사정 때문에 키우지 못하고 입양 보내야 했던 친딸을 찾는다. 할머니의 바람을 들어주고자 친고모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통해 또 다른 입양아인 16살 손녀에게도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 간의 벽을 허물어 주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주인공 여중생도 6살 때 입양되어 지금의 부모님을 만났다. 또 후에 입양된 남동생도 있다. 하지만 함께 살아온 10년이라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다. 가짜엄마랑 산다고 놀리는 학교친구들도 있고, 보육원에서의 힘든 생활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일부러 삐뚤게 반항하려는 것이 아닌데도 순간순간 부모님께 모진 말이 나온다.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아이에게 할머니의 혼령은 가슴속에 쌓여있던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언제부턴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전엔 입양을 해도 쉬쉬 하면 몰래했다지만, 요즘은 아이에게 입양사실을 알리고 자연스럽게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입양은 창피하거나 숨길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낳은 자식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진심을 다해 키우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고 생각된다. 진정한 가족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한집에 산다고 해서, 또는 낳아준 친부모라고 해서 무조건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노력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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