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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ㅣ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베트남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그것도 젊고 잘생긴 남자작가의 책이라니 읽기도 전에 흥미가 가득 생겼다.
내용이 알찬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속에 푹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읽었다. 단편에 이렇게 깊게 빠져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책속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같이 아파하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안타까워했다. 사건의 배경이나 인물들이 내가 자주 접할 수 없는 배경, 주위에서 만날 수 없는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이처럼 동화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력과 전달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야기의 전개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이에서도 전혀 막힘이 없이 흘러간다. 물위를 흐르듯 같이 흘러가다보면 과거에도 가있고 현재로도 넘어와 있다. 그러니 어찌 책에서 눈을 땔 수가 있었겠는가. 올해 읽은 책 중 최고의 단편소설집이다.
7편중에 처음에 나오는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과 “카르타헤나”는 단연 최고다. 책을 읽었다기 보다는 책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 정신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면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현실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전엔 나도 베트남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고 밤새 소설을 쓰고 있다. 또한 친구를 죽이지 못하는 킬러의 모습으로 집에 숨어 지내고 있다. 책을 펼치면 다른 세상이 생생하게 다가오니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읽게 된다. 독서의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일어난다. 하지만 여느 책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말이나 집필 후기가 없다. 너무 아쉽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그가 작품을 통해 세상에게 고하는 바가 무엇인지, 오직 나 스스로 찾아내고 느낄 수밖에 없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동기가 무엇인지, 지금 또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자꾸만 호기심과 관심이 간다. 아마도 앞으로 독서를 하면서“남 레”라는 작가의 책을 또 만난다면, 그땐 두말없이 그의 책을 반갑게 읽을 것 같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새로운 세상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이 요즘 나의 독서에서 얻는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