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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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로 접어들면서 그동안의 독서목록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외국소설이다. 구지 외국소설을 선호해서 읽은 것도 아니고 어떤 장르를 편식해서 읽은 것도 아닌데 한국문학은 접한 지가 참 오래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문학 단편집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덜컥 겁이 났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절망적, 또는 너무 허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나의 생각은 그저 작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단편소설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권지예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앞으로 그녀의 책이라면 두말없이 사서 읽을 것 같다.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은, 7편 모두가 가슴에 오래 남는 이야기다. 죽음과 삶의 모호한 중간층에서 서성이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결국에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때론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들이 죽음보다 더 두려워한 것은 무엇일까. 꿈을 이룬다는 것은 무엇일까. 절망 속에서 그들이 찾는 것은 무엇일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어려운 질문들을 던져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퍼즐”이다. 퍼즐속 여인이 느꼈을 공포가 스르르 내 몸에서도 느껴지는 듯 했다. 그녀의 삶에서 채워지지 않은 사라진 퍼즐 한 조각 같은 공허한 공간은 과연 무엇으로 채워져야 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 마치 그녀가 내 자신인 것 처럼 안타깝고 가슴이 시리다.

단편소설 속에 또 다른 단편소설이 들어있는 “여주인공 오영실”도 이야기속에 푹 빠져들어 읽었다. 단편인데도 소설 속으로 당기는 흡입력이 정말 대단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아픔을 느끼면 나도 같이 아프고, 그들이 절망하면 나도 함께 절망한다. 마치 그녀(그)와 내가 동일 인물인 것처럼 같은 감정을 느끼며 책을 읽는다. 참 묘하면서 행복한 느낌이다.


아마도 책속에 너무 몰입했던 탓일까. 가을을 알리는 찬바람이 가슴속 까지 시리게 파고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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