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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참 야릇한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재미있고 슬프면서 또 아름답기까지 하다.
여름휴가를 같이 보낼 책을 찾다가 살짝 옆으로 쳐다보는 듯한 수줍은 얼굴을 한 책표지에 끌려 집어 들게 되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뭔가 씁쓸하면서도 웃음이 튀어나오는 말투와 매력 넘치는 개성을 가진 문체, 또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런 주인공 노미를 만난 것이 올 휴가의 최대 즐거움이었다.
책 두께에 비해서 너무 빨리 읽어버리는 바람에 아쉬움까지 있다. 중간 중간 위트 넘치는 노미의 농담에 독서를 하면서 그만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린 게 몇 번인지 모른다. 어쩜 이렇게 재치 있고 재미있게 글을 쓸 수가 있을까. 그렇다고 주제가 유쾌한 것도 아니다. 사이비 같은 종교 때문에 가족이 흩어져 살게 되는 불행한 주제를 가지고 유쾌하면서 고독하고, 즐거우면서 외롭고,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리게 썼다.
주위에 사람들을 보면, 슬플 때 슬픈 기색을 마구 내뿜는 사람이 있다. 나 지금 힘들어 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인상을 쓰고 일기장에 힘들다고 적고, 메신저나 미니홈피에 온통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으로 가득하다. 반면 슬퍼도 유머로 슬픔을 날리고, 외롭거나 괴로운 힘든 일도 웃음으로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는 듯하다. 그래서 주인공 노미를 지켜보는 독자의 시선은 불행한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우울하진 않다. 이게 포인트다. 전혀 우울하지 않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주인공 노미의 가족은 메노파라는 종교를 믿는 마을에 산다. 현실보다 미래의 영원한 삶을 더 귀하게 여기며, 금욕과 절제된 생활을 강요하는 종교에 의지해 산다. 그러다 결국 엄마와 언니가 집을 나가고, 노미는 아빠와 단둘이 집에 남게 된다. 이런 상황이 어찌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의심하겠지만, 책은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하면서 희망을 담고 있다.
“창살은 없지만, 보이는 출구도 없다”라고 표현하는 주인공의 말처럼, 벗어날 수도, 그렇다고 벗어나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을 이겨내는 노미의 노력은 눈물 나도록 슬프지만 즐겁다.
그러면서 노미를 따라 줄 곳 달리다보면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이루지 못한 것들, 아름다운 거짓말, 시간이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고 어떻게 운명을 지으며 결국 어떻게 파괴하는가에 대한 생각, 현실과 미래와 약속에 대한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인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 책 덕분에 즐거운 휴가를 보낼수 있어서 감사하다. 내년 여름휴가땐 또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