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누주드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뭔가 벽에 부딪친 느낌이다. 답답하고 안타깝고 슬프다. 지금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시대나 꾸며낸 가상의 이야기는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각 장 앞에 쓰여 있는 2008년, 2009년 몇 월이라는 글자가 책을 읽는 내내 영 어색하기만 했다.


누주드의 이야기를 접하기 전엔 예멘이라는 나라가 지구본 어느 쪽에 있는지도 전혀 관심두지 않고 살았다. 가끔씩 뉴스에서 접하는 전쟁의 이야기나,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여자들, 알라신을 믿는 종교정도만 알고 있었던 무지에서, 이젠 누주드 덕분에 그들의 고통까지도 알게 되었다.


10살에 강제결혼하게 되어 육체적 정신적 심한 고통을 겪은 누주드는 용기를 내어 이혼소송을 걸고 승리하기에 이른다. 이제껏 감히 누구도 말 못하고 겪었을 고통을, 누주드는 싫다고 용기 내어 외친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인 10살짜리 조카가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자꾸 조카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어리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조카의 얼굴을 떠올리며, 누주드의 이야기를 읽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처참한 결혼생활은 상상만으로도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책 중간 중간에 실린 누주드의 웃는 사진을 보며 또 한 번 한숨이 나온다. 이렇게 어리고 이렇게 예쁜데, 그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용기 있는 누주드 덕분에 예멘에선 2009년 3월에 <강제 조혼 폐지 법안>이라는 만 17세 미만 소녀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기쁜 소식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젠 10살, 또는 더 어린나이에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강제로 결혼하는 사례는 없길 바라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만17세도 너무 어리다. 하지만 이런 법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17세 미만의 소녀들이라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또 한번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지구 곳곳에 누주드를 포함한 모든 예멘의 여성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변호사를 꿈꾸며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주드에게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쳐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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