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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평점 :
“혼자이면서 함께”라는 말이 가슴에 계속 남는다. 책을 읽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이제껏 나의 삶을 돌아보니, 나도 역시 혼자라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함께였다는 깨달음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어떤 누군가가 내가 혼자라고 느낄 때에 뒤에서 말없이 기도로 응원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 김희경씨는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단순히 문맥이 자연스럽다거나 인용구가 적절하다는 의미를 떠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기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아는 것 같아서 부럽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 사람들과 어울릴 때의 감정에 대해서도, 또한 자신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아주 표현을 잘한 것 같다.
예전에 나도 혼자 해외로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전 작은 수첩과 볼펜을 준비하면서, 현실의 답답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적어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이동 중이나 숙소에서 잠들기 전에 뭔가를 적으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수첩에 적은 한 줄의 글귀는 “답은 내 안에 있다” 이었다. 난 이렇게 짧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마치 내 안에 들어오기라도 한 듯 김희경작가는 세세하게 풀어서 적어주었다. 읽는 내가 속이 다 후련해지도록 말이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며칠 동안 우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지더니,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치유의 책인 것 같다. 산티아고로 가는 800킬로미터의 긴 길을 나도 작가와 함께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나 자신을 만난 듯 한 느낌을 받아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마음까지 든다. 그리고 어제까지와 같은 일상일지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용기도 생긴다.
지금도 각자의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카미노를 걷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멀리서나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부디 그곳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