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펼치자마자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것은 책 밖에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회사에 일이 많아지고, 아이는 열감기고 며칠을 고생하고, 주말엔 또 생각지도 못했던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책 읽는 시간을 짬짬이 낼 수밖에 없었다. 참 감칠맛 나는 독서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덕분에 나는 어디에서건 다른 세계로 갔다 오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은행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5분여 동안, 저녁에 아이에게 줄 우유를 데우는 3분여 동안, 회사에서 금쪽같은 점심시간에, 아침 출근 전 일찍 잠에서 깼을 때 마다, 나는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를 따라서 흰머리 산의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다 책을 덮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마치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동시에 살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질 수 있어서 즐거운 독서였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리니지라는 게임을 처음 배울 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여러 종족들과 법사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능력들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고, 뼈를 정제하고, 마을에 들러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고, 또 파티를 맺어 사냥터에 나가고 하던 게임 속에 빠져든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기본적인 특징들의 기억을 되살려 무르무르 종족의 특징을 이해하고, 모둠원들의 사냥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으니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다면 그 많은 종족과 낯선 이름들과 특징들 때문에 조금은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것 같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종족은 마치 운명처럼 흰머리 산에 오르게 되는데, 과연 결말에 흰머리 산 정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서, 책을 읽는 내내 빨리 뒷부분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남은 페이지수가 얼마 없는데도, 결말에 대한 암시가 별로 없어서, 다음편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너무도 많은 여운을 남기는 뒷부분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궁금증은 가시질 않는다. 과연 흰머리 정상에 있던 여러 종족들과 무르무르 종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사히 가이아의 땅으로 갔겠지, 그럼 그곳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다. 이렇게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내가 과연 후속편이 나오면 안 읽고 버틸 수 있겠는가.


본격적인 무더위로 힘이 쭉쭉 빠지는 요즘, 잠시 책을 펼쳐서 무르무르 종족이 살고 있는 일곱 번째 달로 떠나보는것도, 돈 안들이고 떠나는 아주 훌륭한 휴가 중에 휴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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