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전 - 제3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작
정시은 지음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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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실 무슨 수상작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읽어보면,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했거나 당황했거나 또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몇 번 있다. 이 책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혀지는 문체와 재미있는 줄거리 때문에 금방 다 읽어버렸다. 이야기가 한창 진행될 때 끝나 버리는 것 같은 결말부분의 아쉬움과, 과부들의 비밀스러운 모임인 청운계의 활동 분량이 적어서 불만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독서였다.


책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시대가 안겨준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사는 여인들이다. 그들의 갑갑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흰 저고리와 흰 치마 속에 입는 비단옷들이다. 그런 여인들이 모여든 청운계라는 모임은 왠지 모르게 익살스러우면서도 안타깝고 슬프다. 그렇게 밖에 해소할 수 없었던 그들의 일상 속에서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듯도 하다. 마지막에 반전처럼 등장하는 매월이의 사랑이야기도 왠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 속 주인공 연화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았다. 특히 악몽으로 이어지는 결혼식 장면은 생각만으로도 오싹하다. 죽은 남자에게 혼인이야기가 오고갔다는 이유로 억지로 끌려 시집을 가는 모습과, 짚으로 만든 인형과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 10년간 가족도 벗도 없는 시댁에서 홀로 지새웠을 무수한 밤들이 떠오른다. 내 상상 속 연화는 살결이 희고 가냘픈 몸매에 어딘가 모를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작은 소녀 같은 이미지다. 왠지 다가가 어깨를 안아주고 싶은 여인상이다.


그런 연화의 가슴속에 홀로지내는 10년의 세월동안 혼자만의 이야기가 무수히 써졌다 지워지고 써졌다 지워진다. 그렇게 쌓이고 쌓였던 이야기가 글로 써져 책으로 만들어진 게 “연화전”이다. 이 연화전은 어머니로서 또는 아내로서 살아야 할 여자들이 자신들이 꿈꾸는 무언가를 위해 탈출을 한다는 내용이라고 간략하게 나온다. 집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안채에서 살아있으나 죽은것 처럼 지내야 했던 연화가, 꿈을 찾아 떠나는 여인의 이야기를 쓰면서 느꼈을 자유로움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연화가 쓴 소설 “연화전”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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