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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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 통일한 이후 5년의 시간이 흐른 2016년 서울을 배경으로, 통일이후의 어두운 현실을 마치 눈으로 보듯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은 지금의 심정은 좀 착잡하다. 앞으로 우리가, 또는 우리아이들이 겪어야할 미래를 미리 보고 있는 듯한 착각 때문일까. 현실감 넘치는 문체 속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밀려온다.


어린 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랠 부르면서 통일만 되면 이산가족도 만날 수 있고, 통일만 되면 금강산도 갈수 있고, 통일만 되면 뭐든 알아서 척척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될 거라고 믿었었던 때가 있었다. 현실도 그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통일이 되어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사는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분단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넘어야할 벽이 높아지고 있음을 안다. 꼭 책속의 일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란 장담은 없지만, 대책 없이 높은 벽만 바라보고 아무런 준비 없이 통일이 된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너무 어둡게만 그려진 통일 후의 모습이 가슴에 계속 남는다. 이북에서 내려와 서울생활에 적응을 못해 악만 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안타깝고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이루지 못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리강이라는 고독한 이북출신 남자에게 찾아온 사랑이, 그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거라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결말이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통일이 된 후에 각종 범죄와 마약, 그리고 이북에서 내려온 총기로 인한 사고들이 많아지는 겁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분단된 현실보다는 낫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힘들고 피를 흘리는 통일 후의 아픔을 겪더라도 이렇게 흡수통일이 되기만 한다면 힘듦을 감내하고서라도 열심히 살아볼 것이라고 마음먹어진다. 괜스레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만 같아서 설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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