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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전에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책을 읽을 때 책표지에 있는 그림을 보느라 중간 중간 책장을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겉표지에 있는 올랭피아의 그림은 물론 중간 중간 크게 실어준 그림과 책 뒷부분에 수록되어있는 마네의 그림을 넘겨보고 또 넘겨보느라 손이 어찌나 바빴는지 모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수십 번을 반복해서 그림을 보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 다시 보이곤 했다. 마네의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책을 다 읽을 때쯤엔 정점에 다다라서, 독서를 다 마치고도 아쉬움이 남아 다시 한 번 그림들을 세세히 살펴보았다.
그림에 등장하는 빅토린은 가난한 생활과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온몸을 바치는 대담한 여인이다. 그녀의 연애와 생존방법을 읽고 있으면 1860년대의 파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그리고 뒷부분에 밝혀지는 반전과도 같은 출생의 비밀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끝까지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빅토린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쾌감도 느꼈다. 에두아르 마네와의 사랑 또한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답다. 화가와 모델의 만남으로 엇갈릴 듯 멀어지다가도 결국엔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두 사람의 사랑이 잘 표현되어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만고의 진리를 “상상하는 만큼 보인다”로 바꾸어보니 이 책에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그림을 그냥 보느냐와 알고 보느냐, 또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이는 것만 보느냐 상상을 더해서 보느냐의 차이는 정말 크다. 한편의 그림을 보고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그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질 좋은 종이를 사용해서 큰 사이즈로 넣어준 중간의 삽화와 책뒷부분에 마네의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넣어준 출판사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인터넷에서 따로 그림을 찾아보는 수고스러움을 덜어줬고, 보고 싶을 때 다시 열어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