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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팔묘촌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4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평점 :
이누가미,악마가와서 피리를 분다,백일홍 나무 아래를 보고 이건 무조건 사야한다 싶어서 나머지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후에 본 밤 산책, 병원 고개의 목매달린 집 모두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이 더 심했다.
병원 고개...는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고 긴다이치 코스케의 불쾌한 변모만 제외하면 그래도 재미있엇는데 이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가 틀렸다는 느낌.
길게 쓰고 싶진 않다. 간단하게 나열해보자면.
- 1인칭이다. 탐정물은 탐정이나 그를 바짝 쫓아다니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이상 3인칭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 이야기는 탐정도, 조수도 아닌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다. 그냥 빼도 이야기가 될 정도.
- 막상 주인공은 전혀 매력이 없다. 그냥 돈때문에 가문을 잇겠다고 좋아라 왔다가 돈이 생기니까 자격이 없다면서 귀찮은 일 다 때려치고 도망쳐버린다. 살인 사건이 마구 펼쳐지고 자기가 범인으로 몰려가는데도 돈, 금 생각에 바쁘다. 만약 마지막에 부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자격 유무를 떠나 가문을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100% 장담한다.
- 주인공은 처음에 <긴다이치가 도와준 덕분에 살았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사실 긴다이치 코스케는 거의 한 것도 없고, 등장 당시 몇 번이고 <발육 부진에 덜 떨어진 못생긴 여자>라고 묘사되었던 여성이 적극 도와줬기에 살아났다. 이 여성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 그런데 왜 적극 도와주냐하면 <첫눈에 반했기 때문에>. 고작 두 번 만나서 다른 사람들과 10~20분 함께 있었을 뿐 변변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는데 아주 목숨을 걸고 도와준다. 그 이유를 <순진하고 맹목적이며 아이같기>때문이라고 써놓는데 주인공이 아무 것도 못 할 때마다 침착하게 하나하나 머리를 굴려가며 계책을 내놓고 그 덕분에 주인공이 살아난다. 게다가 주변 상황에 대해서도 엄청 박식하고...우연히 반한 덕분에 주인공이 구원받는 이야기. 다른 여성도 주인공에게 지나치게 잘해주고....거의 미소녀 만화같은 이야기
그 외 살해 방법이라던가 동기라던가 결말이라던가 하나도 납득이 안 된다. 진상을 읽을수록 몇 번이고 얽힌 기적과도 같은 상황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몇몇 인물이 처음부터 경찰에 털어놨더라면 중반에 다 해결될 사건을 입 다문 덕분에 일만 커졌고..
이 시리즈 읽다보니 익숙해졌지만, 처음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무섭고 지독한 이야기>어쩌고 해놓고서 마무리를 보면 <고적 이거였어!?>하는 마음에 그저 허망할 뿐이다. 마지막에 범인과 수법을 밝히는데 한 번도 놀라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런 머저리같은 주인공의 한심한 결말을 보기 위해 이 긴 내용을 읽었다는 말인가>라는 불쾌감에 가까운 실망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