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책이름이 너무 길어서, 요즘은 트렌드에 맞춰서 제목을 정한건가 싶어서 편협한 생각이 앞섰다. 두글자 세글자 혹은 네글자 혹은 단어와 단어의 결합정도가 좋은데, 긴 제목은 왠지 내용을 다 알아버리는 느낌이라서 괜히 아쉬워서 그렇다. 그런데, 참 제목도 어울리게 잘지은 것 같다. 산문집에서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로 다시 돌아가는, 그러니까 작가의 시 사랑에 대한 기승전결 같은 맥락이었다. 진지하면서 진실된 단어들의 나열이 향연처럼 드녀졌다. 나에게 시는 너무 솔직해지지 않는 연습이라는 말이 좋고, 시인이라고 으스댈만한데 전혀 그러지 않아서 놀라웠다. 독립출판 아니고 의존출판 했다는 말. 아주 인상깊다. 의존출판 맞지. 근데 그게 숨길만한 이유도 아니고, 너무 당연한 이야긴데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마치 여교사 여간호사 같은 맥락 이었다랄까. 어쨌거나 무척 차분히 즐겁게 읽었다. 퇴근길에 차근차근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시인이면서 사진작가인 그의 글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짐과 동시에 바빴던 일상을 조금 내려놓게 된다. 보지 못했던 순간들. 동일한 사물을 다른시선으로 바라보는것, 더럽고 이상한 반복들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게 되는 패턴들이 자리하고 있으면서, 글자의 반복도 좋게 다가왔다. 사진들이 가진 느낌을 새로 느낄 수 있다는 것들에도 감사하다. 한장을 찍어도 내 마음과 내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시간들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행복하고 소소한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날까지.

[100자평]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
신정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실제로 직접 메모달기 해보세요. 포스트잇 붙여가면서라도 해보세요. 메모습관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좋은 경험이되더라고요. 정리하기도 쉽고, 메모하면서, 리뷰하면서, 한권의 책을 세번읽는 효과입니다. :)

[100자평]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빈곤에 관한 아이러니
한중섭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7월

내가 바쁜 순간에, 가장 적절한때에 책이 나를 선택하듯 찾아와 삶의 템포를 조금은 늦춰준 책. 지금이라도 알아차려서 다행이다. 죽기직전에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 그리고 가장 즐거운 일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거면 사실 삶은 충분했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권리를 억압할 때.

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느지에 대한 이야기다.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 그 이야기이다. 따지고보면 살인이거나 살인미수인데, 이렇게 시작하는 도입부만큼이나 그 이후의 뒷심이 더 좋았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이 크다. 소설이란건 그런거지 않을까. 읽는 사람마다 느껴지는 것도 다르고, 경험하는 것의 생각이 다르다보니, 나와 이 소설의 만남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결코 싱겁지 않았던 마무리와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것,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야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든 것은 확실했다.

한장 반을 어느지역의 어느 사람들인지를 이야기했다. 사실은 이곳에 말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이 많았다. 누군가의 아내이거나 등등 내게는 이름이 비슷한 아맛이 아나 같았고, 필리프와 프락이 같은사람인가 를 헷갈리기도 했으며, 수네와 다비드와 프락과 페테르의 역할이 마구 뒤섞여서 자리잡아 조금 많이 애먹었다. 여차저차 중반부까지 꾸역꾸역 몇번을 되돌아가 확인하고 또 확인한 결과 중반 이후로는 읽는게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두꺼운 소설책은, 베어타운의 하키이야기이며 그 이야기속에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어타운의 사람들을 알아야만 했다.

평화롭던 베어타운의 아이스하키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누군가는 청소를 하고, 그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의 아들이 되어 하키를 꿈꾸고, 여자하키팀은 여자라는 이유로 꾸릴 수 없고, 매일 기타만 치는 상황. 여자라면 당연히 당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 여자라서 너가 잘못입고 다녔고, 헤프다는 이야기들. 벤만이 알고 있던 케빈의 약한 모습,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케빈의 부모님, 어느 순간에나 내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슬퍼하는 마야의 부모님들.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것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있는 부모의 마음. 아들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 굳은일도 마다않지만, 선과 악은 구분할 줄 아는 것이 베어타운의 사람들. 그 모든게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된 기분이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다수와 소수의 이야기.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범법자가 그냥 선량한 시민이 되는 것. 그게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 그러니까 지금의 한국을 옮겨둔 기분이었고,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이야기들에 말이 많아지고 잡음이 생길 때쯤 나온 소설이다 보니 더 마음 한 구석이 아팠다. 켜켜이 쌓아두었던 묵은 체중같은 것을, 마야는 묵묵히 자신의 그 슬픔을 감당하며 이겨내보려 노력했다.

단지 소설속 주인공에 불과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마야였다면,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누군가 앞에 당당히 서지도 않을 것이다. 집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겠지. 그 와중에 아무리 소설속 사람이라고 한다 해도, 마야가 대단하다 느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세상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혹은 우리는 혹은 나는 그토록 원하는 우승을 손에 쥐어야만 이기는 것일까. 경기 그대로를 손에 쥘수는 없을까 하고 고민해보게 된다. 남들이 말하는 기준이란 것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나의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린 꽃잎과도 같은 작고 소박한 것들은 온전히 짓밟아도 될까. 거짓말을 해도 되는 걸까. 인생은 이기는 자의 것 만이던가. 라는 질문을 품으며 책을 본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책은 말했다. 인생이란 어쩌면 또 다른 방법으로 새로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역사를 쓰는 사람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