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개의 궁궐의 아픔과 디테일함을 한번에 알수 있었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 궁궐 하 ㅣ 홍순민의 한양읽기
홍순민 지음 / 눌와 / 2017년 10월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권을 먼저 읽고 나서 하권의 초반을 읽어갈 때쯤만 해도 홍순민이라는 사람은 굉장히 비판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공부하는 동안 알게되는 우리나라의 궁궐과 역사와 지내온 시간들을 누구보다도 애통하게 생각했을텐데도 어떤 이유로 속단했는지 모르겠다. 이 하권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쯤엔 책에 나온 여러가지 비판적인 내용만을 보고 속단한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역사속에서 일어났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은 무엇일까. 어떻게든 복원하려던 광해군이, 고종이 참 감사하면서도 궁궐이 이지경이 되도록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무엇을 했는가 묻고 싶었다.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이 정말 사실이고 현실이었다면, 우리나라 궁궐관리는 실로 엉망이었고, 터무니 없는 형상이었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꺾기 위한 일환으로 훼손시킨 일제도 일제지만, 그간 내 나라의 문화유산에 얼마나 무지함으로 일관했는지 볼 수 있는 "겁나 짜증나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각 궁궐별로 아주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들려온다.

서울 5대 궁궐이 결코 관광지도 아니지만, 개방을 해두었다면 격이라도 제대로 갖추는게 맞다 생각하는데 이궁에서 저궁으로 자재를 떼어다가 사용하질 않나, 건물 통째로 들어 옮기질 않나, 나라 민족들만큼이나 다사다난했던 궁궐이 그래도 지금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정말 용하다 싶다.

바라기는, 새정부가 (여전히 다방면에서 싸질러놓은 똥들을 수습하기 바쁘겠지만, 그것만 하다 5년이 후쩍가버리면 어쩌나 싶지만) 복원사업에도 많이 힘써줘서 제모습을 갖추고, 훼손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기를 아주 조심스레 바래본다. 그리고, 이것이 국가의 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나라에 관심을 갖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달라지고 변화되어, 내 나라 내 국가에 대한 애착과 시민의식이 생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