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울지마라 와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 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무가지에 앉아서 우는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있는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 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마라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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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 좋은 곳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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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만한 곳이 없어 울어보지 못한 적이 있나
울음도 나이테처럼 포개져 몸의 결이 되지
달빛 젖은 몸이 목숨을 빨아 당겨
관능으로 가득 부풀어 오르면
그녀는 감춰둔 울음의 성지를 순례하지
징개맹개 외배미들은 아시겠지
망해사 관음전에 마음 놓고 앉았다가
바다 끝이 뻘밭 지평선에 맞닿을 때
심포항 끼고 바삐 돌아 화포포구로 가지
갈대는 태어날 때부터 늙어 버려 이미 바람이고
노을이고 눈물이지
갯고랑이 물길을 여는 나문재 소금밭으로 가 봐
갯지렁이 몸을 밀면서 기어간 뻘밭의 자국들
그것이 고통스런 시 쓰기의 흔적처럼 남아 있을 때
뒤돌아 봐, 울음이 절로 날 거야
갯고랑처럼 깊이 파인 가슴 한쪽이 보이지
그래도 울음이 솟지 않거든 한번 더 뒤돌아 봐
녹슨 폐선 하나 몸을 누이다 뒤척이며 갈대숲 너머로 잠기고 있을 거야
거기 낡은 폐선 삐걱이는 갑판에 역광으로 꿇어앉아
울고 있는 여자 하나 보일 거야
깨진 유리창 틈으로 흔들림이 미세한
울음의 음파가 허공에 닿아
길 떠나는 도요새 무리들 울리고 있을 거야
울음도 감염되어 분열하고 성장해서
화포포구엔 울기 좋은 울음의 성지 오래된 소금창고가 남아 있는 거지
그곳 우주 가득한 관능을 빨아들이며
잠몰(潛沒)하고 있는 달빛 아래
바로 그녀가 울음의 찐드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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