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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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에는 지구상 절반의 사람들이 다른 절반의 사람들에게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알리바이를 찾아내고 공포감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다른 한 쪽이 더 나빴기 때문에 늘 한 쪽은 자신들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별안간 적을 잃은 고아 신세가 된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헤게모니 장악을 축하하고, 그 헤게모니를 이용하고 남용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스스로도 놀라기 시작한 징후가 일부 나타난다. 그 때 국민의 분노라는 악귀를 내쫓기 위한 액막이로서 경제의 '사회적' 차원을 발견한다.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성(姓)이 더 길어져서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되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 바뀐 이름이 적힌 여권을 들고 가난한 나라들을 여행한다. -174쪽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언제 살든, 한 사람은 그 속에 다른 많은 사람을 포함한다. 다른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 금지하면서, 우리들 중에서도 가장 빌어먹을 놈들에게 무대 전면에 나서라고 날마다 얘기하는 자가 바로 10년도 채 못 가고 쓰러지는 권력이다. 비록 우리가 잘못 만들어졌어도 아직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현실을 변화시키고, 우리 자신도 변화하는 모험이야말로 우주의 역사 속에서 눈 한 번 깜박일 정도의 이 짧은 순간을, 두 개의 빙하 사이에서 나누는 덧없이 짧은 한 순간의 온기를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다. -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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