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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와닿는 것 같다. 처음은 인터넷채팅처럼 가볍고 가볍게 읽으면서 '통...무슨 소린지..'하는 Tv CF를 떠올리기도 하면서 재미있어 했는데 대학시절 첫사랑 얘기부터 무슨 숨겨놓은 보따리를 풀듯이 진지한 이야기를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공격적으로 마구 풀어 놓는 바람에 가슴 깊이 숨겨져있던 기억이 판도라 상자속에서 갑자기 뛰쳐나와 추억에 젖게 하기도 하고 IMF를 전후한 직장생활 4년여의 이야기에서는 살이의 살벌함이, 그래도 살아가야 함이 눈물겹기조차 했다.
마흔을 앞에 두고 이루어놓은 것 없다고 자책하면서 헛되이 보낸 세월때문에.... 낮잠에서 조차 감짝 놀라 깨어나곤 하는 프로의식에 세뇌되어진 나같은 사람에게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뜬금없이 나타나 유니크한 어조로 진리를 설파하는 재림예수로 느껴져 가벼운 어조로 쓰여졌으면서도 여기저기에 심어놓은 감동의 복병때문에 결코 가벼이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더군다나 거창하게 청년실업문제를 논하지 않고도 자본주의 세계권력의 산물이 여기 저기 체인점으로 연결되어 있고 젊은이들이 거기서 생업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연명 해가고 있는 현시점에선 '치기 힘든 공은 치지말고 받기 힘든 공은 받지 말라'는 작가 나름의 철학을 한 번 더 음미해 보고 싶어진다.
남의 이목때문에, 살아오는 동안에 세상사람들에게, 혹은 정치권의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프로가 될려고 했던 사람이나 프로가 되지 못해 열패감에 젖어 살아왔던 대다수의 소시민들에겐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비춰볼 거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거의 전설처럼 그리고 있는 -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고, 아무도 서두르지 않고, 때가 되면 밥을 먹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그것도 잠을 쿨쿨 자고, 개들만 뛰어다니는- 삼천포에 아직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곳 삼천포에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복음이 전해 지지 않아 뼈빠지게 일해서 겨우겨우 먹고 살고, 프로페셔널이 되지 못해 밤을 하얗게 세운 이시대의 순례자가 살고 있음을.....그래도 살아가야 되고 밥을 먹어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