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란 그런거야. 세상의 불안이나 두려움, 지겨운 것들을 모조리 묶어서 하늘이랄까 우주랄까, 그런데로 날려버리는 거야.
아버지가 진심으로 그런걸 믿고있나, 오쿠 소년은 뜻밖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버지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그건 틀림없다는 생각도 했다. -88쪽
소녀는 세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읽고 있었다. 시저와 브루투스보다 시저의 측근인 안토니오에게 특히 마음이 끌렸다. 교묘한 연설로 민중의 마음을 끌어들이는데, '고결하고도 현명하며 용기있고 성실하다'고 일컬어지는 브루투스의 입장을 위태롭게 하는 그 연설에 크게 감탄하는 한편, 민중의 심리를 꿰뚫은 듯한 그 한마디 한마디에 무서움을 느꼈다. 시저가 죽은 뒤, 안토니오가 시종에게 던진 말도 인상적이었다. "가슴이 찢어지리라, 저쪽에 가서 마음껏 울어라, 슬픔이라는 놈, 아무래도 전염이 되는 모양이구나, 보아라 나를. 네 눈에 고인 비애의 눈물을 보니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이는구나"-102쪽
몸속에서 '야구력'이라고 할 에너지가 팽창해서 출구를 찾아 금세라도 터져버릴 지경이다. 이따금 얼굴피부나 팔뚝 근처에 움찔움찔 경련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너의 몸속에서 야구의 맹수가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179쪽
야마다 오쿠는 담담히 말했다. 어느쪽이건 상관없다. 날씨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여행 떠나는 날, 날씨가 맑을지 비가 올지는 자기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 스스로 어떻게도 조정할 수 없는 것을 끙끙 고민하며 날씨에 일희일비하느니, 어떤 날씨가 되었건 순순히 받아들여서, 비가 오면 우산을 받고 날이 맑으면 앏은 옷을 입고 가자는 태도를 취하는게 훨씬 낫다. -230쪽
자네가 너무 굉장해서 다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거야. 굉장한 것에 마비가 되어버려. 9할 타자는 너무나 수준이 달라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무도 판단을 내리지 못해. 즉, 그런건 없었던 일로 하는 수 밖에 없어. 예외로 치부하는거지. 트럭도 감독도 자네를 상대하지 않게돼. 자네를 인정했다가는 자기들이 엉망이 되거든. -240쪽
텔레파시 같은게 실재하는지 어떤지 알아보려는 실험이야. 근데 그 결과가 굉장해. 기도해준 그룹은 기도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임신율이 두배 가까이 높게 나왔대. -25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