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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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결코 얼버무릴 수 없습니다. 도구든, 행다든, 다인은 항상 목숨을 걸고 절묘한 경지를 추구합니다. 찻숟가락에 박힌 마디의 위치가 한치라도 어긋나면 성에 차지 않고, 행다 중에 놓은 뚜껑 받침 위치가 다다미 눈 하나만큼이라도 어긋나면 내심 몸부림을 칩니다. 그것이야말로 다도의 바닥없는 바닥, 아름다움의 개미지옥. 한번 붙들리면 수명마저 줄어듭니다"-288쪽

히데요시는 벌렁 누워 팔베개를 했다. "행운은 누워서 기다리라지. 한숨 자볼까" 소에키는 두 손을 짚고 머리 숙여 절했다. 샛장지를 닫으려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극악인이로구나"
히데요시가 큰 눈을 부릅뜨고 소에키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래, 죽순을 속이다니 어마어마한 악당이다"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알겠습니다"-369쪽

곁에 하얀 꽃이 핀 무궁화나무가 있었다. 방에는 격자창이 붙어있었다. 찢어진 장지안을 들여다보니 남편의 등이 보였다. 안에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었다. 여자는 없었다. 마루를 깐 방에 앉은 남편앞에 무궁화가 핀 가지가 하나 놓여있었다. 다에의 눈에는 그 가련한 꽃이 여자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꽃앞에 박차를 끓인 조선 다완이 놓여있었다.
"... 아름답다"
다에는 남편이 중얼거린 말이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으나, 어쩐지 그곳에 앉은 여자의 환영에게 구애하는 것처럼 들렸다. -4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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