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오바마 북클럽 1
조지프 오닐 지음, 임재서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무엇보다 나는 피곤했다. 피로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에 만성적인 병증이 있다면 그것은 피로감이었다. 직장에서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했지만, 집에서는 최소한의 활력조차 보이기 힘들었다. 밤마다 우리는 원기를 회복한 듯싶었지만, 아침이면 다시 악성 피로에 물들며 깨어났다. 제이크를 침대에 눕히고 나면, 우리는 말없이 양갓냉이 샐러드와 중국식 국수를 먹었는데, 둘 다 포장 박스에서 국수를 꺼낼 힘조차 없었다. 차례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꾸벅꾸벅 졸았고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스르르 잠이 들었다. 레이철도 피곤했고 나도 피곤했다. 진부한 일상사였지만, 우리의 문제 역시 진부했으니 여성 잡지의 소재로나 적합했다. 모든 삶은 결국 여성 잡지의 상담란으로 좁혀지게 마련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_p36

쓸쓸하다. 뭔가 치열하게 살아도 공허하다. 결국, 한순간 모든게 날아가버릴거라는 냉소만 남는다. 

소화해나기 쉽지 않은 책이다. 오바마가 읽어서 더 알려졌다지만, 뉴요커도 아니고 어쨌든 국적을 가진 이민자도 아니고 같이 숨쉬는 공기, 먼지, 이야기를 공유해야 더 호흡하기 좋은 책이다. 어쩌면 그 안에 911이라는 전 세계적인 비극이 자리잡고 있고 그 충격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긴장이 있다. 고맙다면, 그동안 미화되고 포장되어오기만한 그 도시의 서늘함을 엿본 느낌이랄까. 모두가 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방황하고, 또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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