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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조용했다. 일본어와 프랑스어가 뒤섞인 고함소리, 다가오는 헬리콥터 소리, 오토바이 엔진소리.
귓전에서 누가 소리 지르는데도 아무것도 내 마음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열에 녹은 아스팔트에 붉은 피가 조금씩 퍼져나갔다.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꺽인 목과 내팽개쳐진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손.
망연히 우뚝 선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하늘만 조금 전과 다름없이 푸르렀다.
가르쳐줘.
어디서부터 다시 하면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는지.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지.
오프닝씬이 압도적이었다. 마치 내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 생생하고 어제 본 영화처럼 칼라풀했다.
그리고 궁금해 미쳐서 그 하늘아래로 뛰어들어갔다. 저 붉은 피의 주인은 누구인가. 저 붉은 피를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후회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희생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스포츠드라마에 있는 공통적인 요소라면, 인간이 가진 모든 본능의 폭발을 이기고 드러나는 인간승리, 그리고 감동.
여러 스포츠장르별로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신사스포츠라고 불리우는 자전거 로드레이스라는 생소한 스포츠는
희생 이라는 잔인하고 가혹한 것이 요구된다. 팀을 위해, 에이스를 위해 맨 앞에 있어도 게이트에 뛰어들지 않아야하는
승리는 모두가 나누지만, 기억하는 것은 한 사람 뿐이라는 것을 합의한 스포츠.
그 승리의 존엄함을 알지 못하면, 무참히 밟는 것도 서슴치 않는 비정함.
"바보같은 소리 말라고. 우리는 혼자 달리는게 아니라고 하더라.
비정하게 어시스트를 이용하면서, 그들의 마음과 승리에 대한 꿈을 먹으면서 달리는 거다.
그러니 그걸 더럽히는 녀석은 용서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승리를 더럽히는 건 어시스트르들의 희생도 더럽히는 일이라고"
그리고 선배는 말했다. "가라"고.
책을 다 읽고 나니, 막 달리고 싶어진다. 그리고 번역자가 말한대로 한 일본 서평가가 "미담"이라고 한 이야기에 대해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나도 이 기회에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