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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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찌기 'it item' 이었던 이 책을  서른 다섯이 되어서야 접하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 결혼을 할만도 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당연, 서재를 결혼시키고 싶어서지!  사실, 그건 솔직하지 못한 일일 수도 있다. 오래 생각해보면, 꽤 끔찍하긴 하다. 살다보면, 사랑하는 이에게 내 방구소리를 들려줘야하고, 냄새나는 화장실을 공유해야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겠지만  

내 박지성의 자서전이나, 자살에 대한 책, 어쩌다 생긴 20대 초년생들을 위한 칙릿 북, 섹스행위가 가득 든 책들...이런건 꽤나 공유하고 싶지 않은 일부이기도 하거니와, 일찌기 절판된 책을 보유하고 있는 내 이 뿌듯함을 같이 해야것이며, 저자처럼 두개의 책이 동시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은 ...정말 하기도 싫을 정도다. 좋은 점도 있겠지만, 헌책을 싫어하는 나와 무조건 내 책은 사서 본다는 이상한 강박을 가진 것도... 서재 결혼이 점점 걱정스러워지는 요인이기도하다. 뭐 결국... 그런 것 역시 실제 결혼이라는 과정에서 겪어나가야할 산이라는... 뭐 그런 얘기를 하는 것도 있으리라.  

무엇보다 즐거웠던 건, 어렸을적 내 책읽기의 버릇이 새록새록 생각나서다. 최근 만난 사촌언니는 지방에 살다가 오랜만에 만난 내 첫 기억을 "골방 책장에 쭈그리고 앉아, 책에 둘러싸여 책에 머리를 파묻고 한참동안 나오지 않던 애' 라고 말해줬다. 나 역시 출판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동안 그림책으로 집을 짓고 살았고 지금은 절대 하지 않지만, 책 옆에 왜 그런 유치한 메모는 해둔것일까. 안방에 비치되어있던 두꺼운 양장본은 집에 책을 다 독파하고 하는 수없이 손을 댔지만, 놀랍게도 조선시대 왕실의 섹스 야사를 열전으로 기록한 전집이어서, 정말 쾌재를 부르며 매일 엄마 아빠가 일하러 나가기를 기도했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북회귀선> 이런것보다 훠~~~~얼씬 야했던 엄마책... 어딨을까.  나도 나중에 그 책을 엄마에게 전해받을수 있을까. 다행히... 저자처럼 오빠와 책나누기로 신경전을 벌일 필요없게시리 내 남동생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70-80%는 읽지 않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좀 지루한 뒷부분을 빼고는 책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을 읽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감상으로서는 꽤 흡족하다. 방안의 책을 두번은 커녕, 사실 사는 건 아주 좋아하나 읽을 시간이 부족해 50% 이상의 책을 제목만 몇해째 훑고 있는 나로서는 꽤 슬프고, 괴로운 책읽기이기도 했지만, 늘 멋진 서재를 갖는 것을 꿈꿔오며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소박한 꿈이기에 또 하나의 꽤 멋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레퍼런스를 추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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