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개
잭 런던 지음, 정영진 옮김 / C&G(씨앤지)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마치 '퀴즈 탐험, 동물의 세계' <늑대개> 스페셜 버젼을 본 느낌. 아시다시피 '동물의 세계'는 퍽이나 ... 감동적인 프로그램이다. 화면 속 동물들은 말은 하지 못해도,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그래서 오히려 표현이 극대화된 액션과 얼굴 표정으로 한층 두터운 감동을 만들어내곤 한다. 인간이 아님으로 어쩌면 정말 기본적인 그들의 액션이 미화되어, 똑똑한 거의 인간에 가까운 감정표현을 보고, 오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칭찬이다. 난 그 프로그램을 사랑하고, <늑대개>를 다 읽고 난 후, 느낌도 처음과는 달리 무척이나 따뜻하다.

그렇다. 초반은 약간은 지루하다. 추위와 배고픔과 고독의 북국의 얼음땅에서 굶주린 늑대떼와 인간의 신경전. 거의 인간들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졸음을 이겨내면서 동시에 늑대를 감시해야하는 지루한 대립이 그 '미개의 땅'에서 진행된다. 그 늑대무리 중, 유독 빨간 털이 두드러지는 암늑대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우리 주인공 화이트 팽의 엄마다. 그녀의 아버지는 늑대요, 엄마는 개(犬)인, 그래서 인간의 손에서 길러진 적이 있는 늑대개였다. 그리고, 그 추운 여정 끝에 살아남은 늑대와 다시 새끼를 낳는다. 그래서, 태어난 개(아니, 늑대)가 바로 화이트 팽(이빨이 하얗다는 인디언 말).

이 책이 나름의 긴장도를 유지하는 건, 전적으로 인간다운 늑대개의 감정이나 심정을 살리진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 퀴즈 탐험, 동물의 세계'를 보라! 사회자는 장난을 치는 사자새끼, 바다를 향해가는 새끼 거북이, 망을 보는 몽고스가 되어 말을 한다. '우쒸, 너 까불래?' '영차, 영차. 저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 말거야. 엄마 같이 가여' '우, 우, 저기 적들이 보여, 애들아 어서 숨어' tv 속 사람들이나 밖 사람들이나 함께 자지러지고 말지만, 사실 동물들이 그런 건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웃기지 못한 인간들이 동물들을 가지고 꼭두각시 편집을 할뿐.

결국, 인간에게 길들여지지만, 녀석은(죽은 양반한테 미안하지만) 늑대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고, 그리고 역시 '늑대는 늑대' 였다. 그리고 <늑대개>를 '세계동물문학'의 백미 라고 소개된 건 좀 민망한 것 같고,(가지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섹션을 나누는 것도 좀 우습지 않나?) 아주 영리한 하이브리드 늑대의 고단한 생애를 그린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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