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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말하다 ㅣ 김혜리가 만난 사람 1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최대한 책을 숨넘어가듯 빨리 읽곤 했다. 읽어야할 것들도 많고, 그 다음장이 너무너무 궁금하니까. '그녀에게 말하다' 역시, 원래 '그녀'의 팬이었기에 이미 구입한 '영화야 미안해'를 채 다 읽지 못하고 구입해서는... 바로 중복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 마지막에 가서는... 읽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더니 슬슬 책갈피를 오래 꽂아두는 일이 많아졌드랬다. 21명이다. 이르면 30대 초반에 70대까지 각각의 인생의 시간의 두께만 엄청나다. 그들의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배우가 영화를 이야기하고, 건축가가 건축을 이야기하고 소설가가 소설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이 사랑을 이야기하고, 미움을 이야기하고 태도를 이야기하고 반성하고 되새긴다. 각각의 인터뷰가 마치 그들의 계속되는 인생처럼 여운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도 모자라,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쉬게 만든다. 바람이 불고, 꽃잎이 떨어지고, 차가 내어져오고, 비가 그칠때마다 작은 긴장이 감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가볍지않게 즐기고 있다. 그녀에게 말하는 사람도, 그녀도.
인터뷰가 쉬운 일이겠는가. '그녀'는 인터뷰에 할당된 2-3시간을 위해 2-3주를 준비한다. 그 배우의 모든 작품을 다시 보고 인터뷰를 찾고 지인들을 만난다. 건축가, 소설가, 음악가, 법조인, 사진가, 디자이너, 만화가 ... 각각의 사람들이 그동안 진행해온 훌륭하든, 훌륭하지 않든 모든 작품들을 찾아보고 즉각의 감정적인 칭찬이나 비난이 아닌 그 안에 숨겨진 의도와 별도의 감성세포를 가진 사람만이 포착할 감정을 전달하면서 답에 가까운 의도를 내놓으며, 답에 모자랄 질문을 대신한다.
21명... 궁금한 사람도 있었고, 궁금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개별적으로 찾아보거나 한게 아니라, 모든 질문이 그리고 모든 답이 점수를 매길만한 정답같은게 아니라, 그럴수도 있구나 하고 수긍하게 만드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질타하거나 채울때 필요한 태도가 있었다.
오랜 연재를 통해 보아온 글도 있었지만, 단행본의 맛은 또 다르다. 사진이 부족한 건 어쩌면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질문과 답 사이의 스페이스를 많은 상상으로 풍성하게 메웠다. 현재는 연재를 쉬고 있는걸로 아는데, 다시 건강하게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침대맡에 두고, 오래오래 다시 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