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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오브 어스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9월
평점 :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와 함께, 권력과 위선의 구조를 교묘하게 드러내는 소설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다. 바로 사기꾼 메그와 그녀를 추적하는 기자 출신의 캣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들의 삶이 교차하며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펼쳐진다.
메그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다. 그녀는 부와 권력을 가진 남성들을 주로 타깃으로 삼아 그들의 약점을 파고든다. 겉보기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위선과 부정으로 쌓아올린 삶을 산 사람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 부를 쌓아온 이들을 교묘히 속이고 무너뜨리는 것이 메그의 방식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를 단순히 ‘사기꾼’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불의에 맞서는 복수자, 사회의 그늘을 드러내는 정의로운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보통 ‘거짓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지만, 메그의 거짓말은 진실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타인의 위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거짓을 선택한다.
책을 읽는 내내 메그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타깃을 무너뜨릴지 기대하게 되고, 그녀가 승리할 때 느껴지는 통쾌함은 강렬하다.
또 다른 축인 캣의 시선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한다. 과거 메그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믿는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메그를 추적하며 복수를 꿈꾼다. 그러나 가까이서 메그를 지켜보며 점차 단순히 ‘악인’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그녀의 삶을 알게 되고, 결국에는 서로의 상처와 목적을 이해하게 된다. “거짓말은 반드시 나쁜 것인가? 누구를 속이는가보다, 왜 속이는가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작품의 결말에서 보여지는 두 여성의 관계 변화는 특히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철저히 적대적인 위치에 있던 두 사람이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단순히 개인적 복수를 넘어서 사회적 의미를 확장시킨다.
영어원제 그대로 거짓말을 다루는 이야기지만, 사실은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력자들의 위선을 드러내고, 그들의 잘못이 폭로되어 무너지는 과정을 통한 묘한 해방감이 있다. 동시에 거짓말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때로는 거짓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폭력이나 직접적인 파괴가 아니라,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는 메그의 거짓말을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세상을 바로잡는 하나의 도구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읽는 동안 줄곧 긴장감이 유지되면서도, 마지막에는 깊은 통쾌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메그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과 매력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녀는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복수자이자 생존자였다. 그렇기에 책을 덮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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