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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8월
평점 :
<도서제공>
이 작품은 누가 범인인가 대신, 왜 그 사람이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집중하며 읽으면 재밋습니다. 이야기는 변호사의 시선으로 진행되며, 그는 한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진술을 차례로 듣습니다. 이 형식을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시선과 기억이 교차하는 미묘한 균열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는 살인 사건을 다루는 전형적인 법정추리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읽어갈수록 알게 된 것은 이 작품이 범죄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심리극이라는 점입니다. 진술들은 마치 여러 개의 거울 조각처럼 같은 사건을 각기 다른 색으로 비추고 누구는 피해자 가족의 시선에서, 누구는 주변인으로서, 또 누구는 가해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입장에서 말합니다. 우리는 이 다층적인 진술을 따라가며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만, 결국 끝내 묻게 되는 질문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입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계속 보여주려는 것은 겉으로는 넉넉하고 화목해 보이는 가정조차도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안정이 있다고 해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며, 미키 아키코는 치밀한 진술 구조를 통해, 한 가정의 균열이 어떻게 작은 불만과 침묵, 그리고 이해받지 못한 감정에서 비롯되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패자의 고백은 단순한 ‘패자’의 변명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인간 내면의 공허와 갈망을 느끼게 해줍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백을 듣고, 또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누군가의 비극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는 순간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와 삶의 균열을 성찰하게 만드는 사회 심리 드라마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