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이야기는 아사마 반장이 아무 이유도 모른채, 범인의 모발을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가구라주임에게 배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은 이 두명. 아사마 반장과 가구라 주임.

그 둘은 약간은 대립되는 느낌이 있다.

아사마반장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이유도 모른채 그들(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에게 범인의 흔적을 배달하고, 그들이 뽑는 DNA데이터에 맞는 인물을 검거해 체포하는 일로 수사방향이 변경된다. 물론 DNA검색 시스템 덕분에 검거율은 상승하고 형사들의 일은 줄어들게 되지만 그는 무언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는 사이 DNA로도 검색되지 않는 용의자가 나타나게 되고 수사에 혼선을 빚게 된다. 아사마반장은 위의 시키는 일에서 벗어나 독단적으로 발로 뛰는 수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일들이 범인을 향하고 있다.

또 한명의 주인공 가구라 주임. 말하자만 그는 세력을 가진 쪽에 서있는 자이다. DNA수사시스템을 개발, 관리하는 권력자 입장에 있는 시스템 신봉자 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시스템 중요한 개발자인 쌍둥이 남매가 살해되고, 그 쌍둥이 동생쪽 옷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에서 발견된 DNA데이터의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가구라, 그 자신이었다.

가구라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면서도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이중인격이었고, 이중인격중 한명인 '류'라는 인물이 되어있을 때의 기억은 전혀 없어서 이기도 했다.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그는 사건의 정황을 파헤치기위해 도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경찰과 세상의 모든 시스템에 쫓기며 그가 발견한 진실은 범인의 윤곽보다도 또다른 자기자신의 모습을 류가 아닌 가구라 자신인 채로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 각각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들이 추리해나가는 사건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어느 순간엔 둘의 접점이 맞아떨어지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 둘이 힘을 합쳐 결론을 보기도 전에 막혀버려 짧게 끝나버렸지만, 대립되던 두사람의 협동심이 재밌는 장면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가구라의 이야기였는데, 도예가인 아버지가 기계가 만든 도자기와 자신의 것과 비교되면서 벌어지는 아버지의 자살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중인격이 되어버렸다.

이성과 감성이 대립되는 모습으로 나타나, 가구라의 한쪽 인격인 '류'라는 인물은 하루종일 그림만 그린다. 가구라는 '류'가 자신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가 무엇을 하건 상관없는 주의였다. 둘다 철처하게 배제된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도피생활 중 깨닫게 되는 것들은 도시와 시스템과 모든 것을 피해 자연속에서 직접 모든 것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시스템을 벗어나 자신이 쫓기게 되는 상황까지도, 시스템이나 기계라는 것은 살아가는데 편리하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것.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부작용을 알려주고 있었다.

데이터가 사람을 관리할 수는 없다는 것. 데이터가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건 사람의 손으로 무언가를 할 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계가 만들던, 사람이 만들던, 똑같은 결론이 나더라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에는 의미가 있다. 가구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아마도 그 순간 이중인격은 더이상 이중이 아니었을 것이다.

책은 읽는 순간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 속에서 정신차릴 수 없을정도로 빠져들었다. 범인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그들이 내는 결론은 무엇일까. 답답한 현실 속에서 발견하는 진실은 무엇일까가 더 궁금했었다.

결론은 현실과 같은 권력계층의 문제점과 사회계층의 씁쓸함을 꼬집고 있었지만,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빠져들만큼 재미있었다.

다양한 인물들과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은 이야기를 조금 더 흥미롭게 했다.

천재지만 자폐적인 인물인 타테시나 쌍둥이 남매. 그들은 사회에서 버려진 마음에 상처입은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의 자폐성은 그들을 천재적으로 만들고 그 천재성은 사회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플래티나데이터는 권력층이 만든 자신들만 지켜질 수 있는 방공호 같은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DNA를 내놓아 여기저기 까발려지게 되어도 자신들만은 검색되지 않는 권력층의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느낌.

현실적으로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진다. 지금 어디에선가 누군가 자신의 권력으로 자신만 지킬 수 있는 벽을 바르고 있지는 않은지..

마지막으로 이 책이 말하는 건 기계화, 시스템화 된 편리함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 인간의 손과 감성을 다시한번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후에라도 인간은 자신들의 손으로 다시한번 시작할 땅을 만질테니까.  

-"사소리는 작품의 완성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대.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야."

"마음이요? 그걸 어떻게 담습니까?"

"마음을 비우면 되지.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거나 누군가의 흉내를 내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거야.

생각은 반드시 손에 전달되거든. 그 손은 흙의 모양을 만들어 내고." -377 

단열단상

단열단상 -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문단열 지음 / 살림Biz / 2012년 6월

영어강사로 유명한 문단열의 영어 교육서가 아닌 그가 인생에서 얻은 교훈을 짧막하게 적어낸 교훈서.

하나하나 명언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좋은 글들로 인생에 필요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고 있다.

하나 아쉬운 것은 그가 어떤 식으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의 삶의 자세한 에피소드들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은 몇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무언가 막힐때나 지치고 힘들때 때때로 아무장이나 펼쳐보며 마음의 위로를 찾는 이에게 훌륭한 책인 듯 싶다.

인생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나 인생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며 살아갈지는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한가지의 마음가짐에서 삶의 태도가 바뀌고 그것이 전체의 인생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돌이켜봐야 할 나의 실수들이나 타인과 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간단한 사고방식.

일상속에서 그가 얻은 삶의 교훈들이 머리를 유연하게 하고 조금더 나 자신을 어른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대목에선 그렇구나 싶다가도 또다른 대목에선 이건 잊지말아야지 하는 짧지만 좋은 글들이 많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는 사실은 그도 어렵고 나락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고, 그 속에서 나온 깊은 깨달음이 한마디 한마디 읽는 이에게 힘을 준다.

매일매일 세문장 일본어

매일매일 세 문장 일본어 - 문법, 어휘, 쓰기 한 달 안에 끝!
하세가와 요리코 지음, 이선옥 감수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7월

일본어 공부는 하다가 포기하고의 반복이라 몇년동안 초급실력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책을 보니 예전에 일본어일기 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주일만에 포기해버렸지만;;

일기를 쓰기 위해선 일본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히라가나, 카타가나와 기초적인 문법정도는 알고 들어가면 더욱 좋겠지요.

우선 머리말에 나오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일기를 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사실 일기라는게 그날을 일을 적으면 그만이라는 보통의 생각이 있는데

오래전 일기를 현재의 내가 읽으면 그 당시의 나와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맘에 와닿습니다.

우선 일본어일기는 주로 た형과 る형으로 끝나는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일기에 많이 나오는 유용한 날짜와 행사를 표로 나열되어있습니다.

일기는 과거형이 많기 때문에 과거형으로 바꾸는 연습도 할 수 있게 문제풀이서부터

행동과 몸상태 표현을 차례대로 공부합니다. 

저는 일본어 일기를 쓸 때 가장 어려웠던게 문장과 문장을 이어쓰는 것과 마지막 마무리였는데,

아이가 글을 배우 듯, 하나하나 말을 점차 길게 써나갈 수 있도록 공부하게 되어있네요.

처음 표현의 과거형을 예상해 적어보고, 모르는 단어는 오른쪽에 따로 친절하게 나와있어 쉽게 적어볼 수 있습니다. 뒷장에 그 문제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고, 문법적인 다양한 표현들을 공부할 수 있게 정리해줍니다.

과거형, 연결표현, 과거부정, 부정연결까지. 보기쉽게 적혀있고,  일기에 잘 쓰일 것 같아 쉽게 적용해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그 뒷장 4단계로 표현의 다양한 과거형을 공부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 일기를 써볼때는 모르는 단어와 표현들은 사전을 찾아가며 차근차근 배운 문장을 적용시켜 써봅니다.

한문장 쓰기도 힘들고 막히는 부분이 많지만, 세문장으로 배운 것들을 조금씩 적용시켜 나갑니다.

쓰다보면 점점 쓸 수 있는 표현이 늘어가고, 한 달 뒤엔 한장을 빼곡히 오늘 있었던 일들과 내 생각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일기를 써가며 내 추억을 저장하고, 일본어 공부도 추가로 되니 일석이조네요.

한 달안에 문법, 어휘, 쓰기 끝! 이라고 선전은 하고 있지만, 일기라는게 짧은 시간에 고급 문장을 활용할 수 있기는 힘들겠지요. 저도 몇 일 안해봤지만 스스로 공부하기에 일기만한게 없단 생각이 드네요. 하루하루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일기를 쓰다보면 평소 생활할때도 이런 표현을 일본어일기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일기를 쓸 때 이런 것들을 적용해 적어가면

하나씩 배우며 하나씩 늘어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달 한달, 1년동안 일본어 일기를 생활화하면 일본어 실력도 늘고, 스스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모르페우스의 영역

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세계최초로 시도되는 인공동면에 관한 이야기로

대상자는 아쓰시라는 아홉살 소년으로 안구에 생긴 망막아종을 치료하기 위해 동면을 선택하게 된다.

동면 기간은 최대 5년까지로 생각보다 짧은 듯 하지만, 5년뒤 아쯔시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아쯔시에게는 인공동면은 좋은 기회가 된다.

 레티노라는 병으로 한쪽 눈을 이미 적출한 상태였기에 남은 한쪽의 눈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돌보는 유일한 사람. 미래의학연구센터(= 콜드슬립센터, 아쓰시가 동면해 있는 장소) 비상근 직원인 히비노 료코. 이 소설은 세계최초 콜드슬립 대상자인 아쓰시의 이야기라기 보단 그를 5년동안 관리하고 보호하는 료코의 이야기이다.

료코는 콜드슬립센터에서 숙박하며 24시간을 모르페우스와 함께 한다. 모르페우스는 동면 중인 아쓰시를 료코가 부르는 이름이다. 잠을 관장하는 신 모르페우스.

료코는 사소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하는 완벽주의자 성격이었고, 이 5년동안 모르페우스를 잉태한 임산부처럼 그의 부모처럼, 료코의 모든 시간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인공동면 환자에 대한 혼란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보다 그를 돌보는 히비노 료코의 시선에서 사회와 시스템의 문제, 인공동면이라는 획기적인 기술로 희망적인 삶을 꿈꾸는 이들 이면에 펼쳐진, 그것을 이용하고자 하는 그림자를 보여준다. 

시스템, 의학센터, 관리자, 더 올라가서는 정부. 사회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사회 자체의 이익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인지. 동면자의 시민권, 참정권 등 굉장히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문제를 집어내며 히비노 료코가 그가 나올 세상을 위해 여러가지와 싸우게 되는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계속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히비노 료코의 어린시절, 아버지의 직업으로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았는데, 중학교 시절 아프리카 노르가 공화국에서 만난 영사관 의무관과의 추억이다.

의무관은 료코에게 대략적인 의학체계를 알려주었다, 의학적인 공부뿐 아니라 인생에 필요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난 료코가 회상하는 의무관과의 대화가 마음에 들었다.

툭툭 쌀쌀맞으면서도 필요한 건 제대로 알려주는 수수께끼같은 남자였다.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 누군가와의 대화가 떠오르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의무관은 마치 료코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을 알았던 듯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 또 한명은 동면기계 시스템을 개발한 니시노 마사타카 라는 인물. 온통 검정색을 뒤집어 쓴 사신같은 남자. 모든 것을 기억하고 타인의 약점을 건드려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해내는 무서운 남자. 하지만 이 남자는 료코에게 사랑을 느낀다.

삶에 중요한 것이 없어 보이는 무미건조한 남자는 료코라는 재미있는 세상을 만난 듯, 흥미롭게 그녀를 도와주기도 그녀를 이끌어주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그의 역할은 중요하기도 그림자 같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 모르페우스는 깨어나고, 료코는 그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다.

아쓰시도 료코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5년간 동면하는 동안의 학습결과로 꽤 천재적인 아이가 된다.

그동안 료코는 아쓰시를 위해 꽤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일을 추진하게 되는데, 이런 일들이 아쓰시의 눈앞에 드러난다. 진실을 알게 된 그에게 선택의 과제가 주어지는데, 아쓰시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마지막까지 진실에 의문을 품게되는 소설이었다.

강한 사람만이 고독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강한 사람은 수가 적어 때때로 세상으로 부터 괴짜 취급을 받는다.-p14

많든 적든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과거의 자신을 버리는 일을 하고 있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자기 안에 묘비를 세우고 상대가 죽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과거의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악일 것이다. -p185

함부로 애틋하게

함부로 애틋하게 - 네버 엔딩 스토리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6월

꿈속에 있는 듯 아름다운 그림들과 시같기도 노래가사 같기도 한 글귀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

그 글귀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같기도 하고, 노래가사 같기도 시같은 느낌도 있다.

일상 속에서 이야기 하면서도 판타지한 공간을 꿈꾸는 듯이 그리고 있다.

설레이며 두근거리며 글의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듯 구름위를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또한 글과 어우러져 일상적인 공간을 판타지한 세계로 이끈다. 마치 그 공간에 자신도 발을 들여놓고 싶게금 하는 아름답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다.

두사람이 그리는 이야기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 상상속 네버랜드같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 세상이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