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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있는 로스쿨로 유학을 다녀와서 교수를 하며
강남에 산다고 하면 의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노무현과 김대중 정권을 잃어버린 십 년이라고
떠들어 댈 것 같은 선입견이 생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좀 다르다. 조국 교수. 진보가 집권하는 세상을 꿈꾸며 좌파의 브레인으로 살아가는 사람.
이 사람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서울대 교수들이라면 학자의 자존심 따위는
내다 버리고 권력자의 엉덩이나 닦아 주는 항문털이개처럼 생각했었는데(JWC 같은..)
아닌 괜찮은 사람이 있다며 누군가 내게 '보노보 찬가'를 추천해주었다.
그 책을 읽고 반성했다. 다시는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지하며.
그리고 이번에는 이 분이 마음에 안드는게 많으셨는지, 조국이 조국에게 고하는
책을 내셨다. (유머...입니다만;)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주로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언론매체에 발표했던 원고들을 정리해서 낸 책이라서
그 동안 사회적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되새김질 할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책..
임과 동시에 얼마나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말도 안되게 비상식적인지 돌이켜 보며
열받게 하는 불편한 책이기도 하다.
총 여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는 '정부에 고한다.'
건설로 흥한 자, 건설로 망하리라. 두바이 따라하는 가카.
피는 물 보다 진하고, 팔은 안으로 굽어만 가는 정 많은 가카의 내 사람 챙기기.
등등등을 '조폭 국가', '비리 종합 세트 청문회' 같은 표현으로 까면서
개헌앵무새 이재오 특임장관에게는 대북전략을
대기업따까리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비정규직에 대해 생각 하는 시늉이라도
하라 고한다.
2 장은 '보수와 진보에 고한다.'
'보수'라는 단어의 뜻도 모른채 남들이 보수보수 하니까 물 새는 바가지 정권 보수에나 힘쓰는
수구찌꺼기에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그란 토리노를 던져주고
'난 남들과 달라' 라며 고고한 척하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는 진보들에게 조금 더 영리해지라 고한다.
3,4,5장에서는 각각 시민, 자본, 법률가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 6장에서
'올바른 법치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법이란 결국 상식의 연장이라고 말하는 것이라 느껴졌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윗대가리들 법.법.법 하면서 김앤장 같은 애들 시켜서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도덕이나 윤리야 어떻게 되었든 법전에서 ok 하니까 괜찮다고 철판 깔꺼나, 비자금 발견해대도
나라에 기여한 공여가 많으니 어쩌고 저쩌고 하며 휠체어 라이드 한 번 해주면 사면해대면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사찰하고, 윽박지르고, 법에도 없는 것들 들이대고 이중잣대 가지지 말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국 교수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그냥 상식적인 사람이
상식적으로 살자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식적인게 뭐냐고? 너와 나의 상식은 다를 수 있지도 않냐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대하지 않는다.
죽은이를 모욕하지 않는다.
다른가?
사실 웃긴거다. 이런 '상식'들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이 책이 이룰 수 없는 현실에 메아리 없는 슬픈 외침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래서 꼭 다들 읽어봤으면 좋겠다.
대안없는 비난만이 아닌 왜 이런 식으로 대통령 하나 잘못 뽑은 것이 큰 파장이 되어 돌아 왔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같이 써져 있고, 우리 자신은 윗대가리 비난만 하면서 행동은 안하는 소위 '입진보'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해 볼 수도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기가 막혀서 미친듯이 몰입해서 볼 책이 아니라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는
과외 선생님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