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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숭배와 광기 - 개정판
발트라우트 포슈 지음, 조원규 옮김 / 여성신문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몸 숭배와 광기>는 오늘날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여성만의 사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아름다움에 집착하게끔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에도 큰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비록 글의 논리적인 면에 있어서 극단적인 부분이 다소 보이기 때문에 잘 쓰여 진 글이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으로서 많은 것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시대의 비정상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여성들의 지나친 다이어트 및 성형수술 등은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어 왔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하였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남녀 성차별이 분명하게 존재하며 그 성(性)차별을 좁히기 위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현재 남성들도 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차원일 뿐 능력 있는 남자가 더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점이 있어야 남성으로부터 보호본능을 자극하여 사랑받을 수 있고 특히 아름다움까지 갖춘 여성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사회 전반적으로 여겨진다. 남성은 자신감 있는 모습이 남성다운 매력이라고 인식되는 반면 여성은 고귀한 아름다움을 지닌 얼굴로 우아하게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남성과 여성은 ‘이래야 한다’라는 성(性)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의 성(性)은 한 단어이지만 영어로 번역하면 sex와 gender로 구분되며 두 단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sex란 간단히 말하면 생물학적 성으로서 남성과 여성의 가시적인 신체적 차이를 말한다. 반면에 gender란 사회적 • 심리적 의미의 성으로서 시대와 사회적 환경 등의 영향에 의해 형성되는 성 정체성을 의미한다. 오늘날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광적인 숭배는 sex와 gender의 개념을 구별(차별적 의미가 아니다)하기 때문에 나타난 사고라고 생각한다. sex와 gender를 구분하는 것은 신체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다름이 타고나기 때문이며 둘의 관계는 sex가 gender에 선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다른 신체적 차이가 결국 오늘날의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성보다 강한 여성은 여성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기록경기를 할 때 남성과 여성은 똑같은 조건에서 경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은 오랜 세기동안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편견을 만들었고 결국은 보호해 주고 싶은 여성, 남성으로부터 사랑받는 여성이 가치가 있다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정체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고자 페미니스트들은 sex와 구별되는 gender 개념을 만들었으나 오늘날 사회 속에서 나타나는 성별 위계질서와 남성상, 여성상을 고려해 볼 때 결국은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sex와 gender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아야 남녀 성차별의 간극을 좁힐 수 있으며 그 이후에야 건전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 sex와 gender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으면 선천적인 신체적 차이, 즉 가시적인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로 남녀를 구분 지을 수 있으며 sex와 gender 어느 쪽도 선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sex와 gender는 고정불변한 성질을 지닌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정불변한’것으로 여겨졌던 sex조차 수술을 통해 원하는 성으로 바꿀 수 있게 된 요즘, sex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별하여 남성과 여성은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논지가 매우 빈약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