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
박병상 지음, 박흥렬 그림 / 알마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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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 제목을 봤을 때부터 무언가... 정곡을 찔린 듯, 따끔한 충고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고로 '여기에 담겨진 동물들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거늘 왜 너희 인간들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 대열에 오르게 만드느냐!' 이렇게 야단을 맞는 것 같은... 이런 생각이,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가 아마도 암묵적으로 수긍을 한다는 뜻이겠죠? '네, 그렇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라고.

흠... 54가지의 동물들 하나하나에 제각기 가슴에 콕 박히는 수식어가 달렸습니다. 우리에게 그나마 친근한 동물들을 예로 들어 볼까요? 돌아갈 야생이 없는 호랑이, 내릴 자리 잃어 가는 고니, 유명세로 고통받는 한국 특산종 쉬리, 이 땅에서 50년을 산 황소개구리, 골프장이 몰아낸 제주도 조랑말, 드넓은 자연이 그리운 늑대, 올가미에 걸린 산양의 메시지, 정붙일 곳 찾고 싶은 두루미, 복원을 기다리는 황새, 엽총 피해 멀리 떠난 원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비둘기, 물웅덩이가 그리운 두꺼비, 아침을 깨우던 그리운 도시 참새, 논과 함께 사라져 가는 청개구리, 퇴치 대상이된 청설모, 더는 볼 수 없는 하늘의 연미복 제비, 고산준령이 그리운 멧돼지, 천연기념물 될까 두려운 다람쥐. 어때요? 제 말에 동감이 가십니까? 양심이 쿡쿡 찔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십니까? 전... 그랬거든요.

마냥 '아, 정말 많이 깨달았습니다. 아주 뜻깊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이런 말을 내뱉을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놓고서는 거기서 끝이면 이 문제에서만큼은 그거 참 꼴불견일 것 같거든요. 어서 흝어진 양심 조각 주워 담을 준비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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