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족보를 파는 책방 - 소설로 읽는 사고력 과외
이남석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인 친척 동생을 위해
논술에 관련된 책을 찾으러 광화문 교보에 들렀다.
수많은 책들이 나와 있었지만, 왠지 손이 가지는 않았다.
고전과 교양의 한 부분을 발췌한 논술 질문들은
대학원까지 나온 내게도 생소한 지문들이 수두룩이었고,
천편일률적인 정답 제시도 똑같았다.
어떤 책들은 바칼로레아 같은
해외의 유명한 논술 문제들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동생이 본다면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생각의 족보를 파는 책방>이라는 책을 보았을 때도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단, 생각의 족보가 무엇인지 궁금했을 따름이다.
그런데 책장을 펴자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붐비는 광화문 교보에서 선 채로 30페이지나 읽어버렸다.

이 책은 '보리'라는 이름의 수수께끼 청년과
고등학교 아이들의 거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리는 아이들에게 시험의 족보를 파는 대신
생각을 키워주는 과외를 제안한다.
생각을 키워주는 과외....
내가 동생에게 선물해줄 수 있다면
그런 과외를 시켜주고 싶었는데,
정말 그런 것이 있는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찬란한 고전이 제시되어 있거나
매끈한 논술 정답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도 읽고 나면 머리 속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기분이 든다.
본문에 있는 '양에 관한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보리의 사고력 과외는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편향적인지를
그리고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경직된 생각을 유연화시키고,
그리고나서 각자의 생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에게 정답을 제시해주지 않고
네가 생각하는 힘을 키우라는 보리의 메시지...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로빈윌리엄스가 생각이 났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시를 읊는 키팅 선생이 말이다.
보리는 본문에서 신경림의 <봄날>을 읊는다.
아이들에게 시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국어 시간에 배우는 시보다 흥미롭다.
..

이미 샀던 책은 동생에게 선물로 주었지만,
나를 위해 한 권을 더 사볼 생각이다.
그리고 보리를 만날 수 있다는 다음까페에 들어가
사고력 과외가 무엇인지
진짜 보리도 키팅 선생 같은지.. 한번 느껴보고 싶다.

논술 정답이 아니라
진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
그리고 대학을 나와도 자기 생각을 정립할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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