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지금은, 공부가 너의 전부다 - 1년 몰입, 3년 실천! 공부의 큰 틀을 바꾸는 티치미 수능.내신 비책
한석원.김찬휘 지음 / 해라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공부할 마음이 있는 학생에게 불을 지필 수 있는 책.. 영어, 수학에 국어도 있었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 - 이명박 정권 2년 만에 국가 빚이 눈사태처럼 불어났다.

        - 4대강 삽질과 복지예산 격감

        - 비정규직 직원들은 오늘도 냉장고 같은 공장과 고공 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이다.

         (현대 차, 대우자동차 등은 이들이 있는 곳에 단전단수는 물론 식량과 옷가지도 반입하지 못하게 산성을 쌓았다.)

        - FTA, 경제학자들조차 입을 다물 줄 모를 지경.. (제 2의 을사늑약이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 동네에서 제일 약한 놈이 꼬붕에게(미국)에게 꽁지를 내렸으니, 넘버 투, 넘버 쓰리(유럽, 중남미 등등)도 꽁지 내리라 할 것이다. 

 

국방: - 전작권 공손히 머리 위로 들어 바치며 연장해달라 꼬리쳤다.

          (연평도 사건은 전작권이 뭐에 쓰는 물건인지, 노무현 정권이 왜 그걸 가지려 했는지 정확히 보여준 사건이다.)

        - 말이 필요없는 연평도. (스파 사장님이 피난민 피난바라지 다 하셨다. 나라 없는 백성이 따로 있는가?)

        - 진실은 꽃게들 속에, 천안함.

        - 안상수 시리즈를 양산한, 완전무결 병역기피 정권

 

육아/교육: -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임기가 2년도 더 남은 대통령 경호시설 건설비 100억 타낼 생각이나 하는 정권.

               - 다른 나라 창의성 키울 때, 국영수만 중요하다며 선생들 다 비정규직으로 내쫓으며 4대강 삽질에 돈 붓는 정권.

               - 출산율 저하를 여자들 탓이라 생각하는 머리 나쁜 정권.

 

사회: - 평범한(아닌 가난한) 용산 시민이 자기 권리 찾겠다고 하다가 경찰이 놓은 불에 타죽는 나라.

        - 제 1여당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성범죄 저지르고 눈감아 주는 정권.

        - 스펙을 쌓아도 정규직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청년들에게 너희 탓이라 삿대질하는 정권.

        - 모든 시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여겨 통행금지 시킨 G20. (기자까지 꽁밥 먹인 남에게만 친절한 쇼 본능 정권)

        - 외교부(만은 아니겠지만)에선 스펙보다 중요한 건 인맥, 인맥보다 더 중요한 건 혈맥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정직한 정권. 

 

헌법: - 최철원 보다 못할 것 없는 초법적 인식으로 무장한 정권.

        - 헌법 수호자로서 대포폰 민간인 사찰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나라.

        - '워터게이트' 같은 사건 일어날 때마다 연예인 병역비리, 마약 스캔들 퍼뜨리는 검찰

 

방송/언론: - 아침마다 명상의 시간 세뇌하는 나라.

               - 아버지가 대기업 수장이라는 이유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스티브 잡스를 욕되게 하는 기자들이 잘 사는 나라.

               - G20 맞이하여 싸이 노래에 영어 해석 다는 나라.

               - '워터게이트' 같은 사건 일어날 때마다 검찰과 협력하여 뉴스, 포털 실시간 1위 지켜주는 센스있는 언론.

   

..........................................아!

지쳐서 못하겠다.

 

욕하다 지친 사람, 우울증 깊어지는 사람.

(샬랄라~ 뾰로롱~)

자,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이어요.

욕해봤자, 그 높은 산성 안의 그들은 아프지 않답니다.

우리의 힘과 에너지만 손해에요.

 

<진보집권플랜>이 맘에 들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럼 이 책을 반면교사로 삼되, 패러디로 활용하면서 또 다른 집권플랜을 만들어보세요.

저자들은 그런 것을 "드림팀 놀이"라고 합니다.

 

자, 우리의 이 엉망진창 사회를 구하기 위해

아니, 우리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인물들로 다음 정권을 계획해야 할까요?

 

저는 노동부 장관으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님으로 평생 노동자를 위해 일하신 이소선 어머니를 추천했답니다.

(드림 팀이니까요.)

 

저자인 조국 교수님,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자기비판과 성찰을 하면서도 긍정과 낙관을 잃지 말자.

 

욕은  2년으로 충분히 했어요.

진짜 고수가 되어 봅시다.

적 앞에 씩 웃으며 걸레로 차를 닦던 주윤발을 기억하신다면,

권세가에게 '개'라는 소리를 듣던 흥선대원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면...

자, smile~

 

다시 조국 교수님의 서문에서 한 마디.

 

일찍이 러셀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어리석은 자들은 독단적으로 자신만만한 데 반하여

똑똑한 자들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세상의 문제이다."

 

지식인의 냉소는

꼴통 보수보다 더 큰 죄일지 모릅니다.

 

자, 진짜 공정한 사회, 진짜 복지사회, 진짜 친서민 정책...

(진짜를 쓰게 만든 저 불쌍한 단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진짜" 긍정적인 마인드 돋게 해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나서 가슴에 담는 책과

메모를 긁적이는 책이 있습니다.

 

바쁘거나 너무 할 말이 많거나 그럴 흥취가 안나거나.. 아무튼 인연이 닿지 않는 책들은

그렇게 가슴에 담죠.

흔히 감상문이라 할 메모는

블로그를 만든 후에는 이곳에 갈무리 하는데,

다른 이를 위하여라기보다는 저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림과 음악과 함께 돌아보며,

다시 책장을 펼칠 수 있기 위하여...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도

책장 가까이에 꽂아놓고 다시, 또 다시를 하게 할 책입니다.

 

서점에 가면,

명상에 대한 책, 치유에 대한 책들이 많죠.

하지만 철저한 리얼리스트에 경험주의자에 가까운 저는

그런 것을 내세운 책에서 '쉼'을 배워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전작 <티베트의 아이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저자의 글이라면...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책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리얼리스트로서, 경험주의자로서 하는 말입니다.

 

본문 내용 중에

일주일에 한 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화해의 과정에서

'도시가 뭔 죄고, 명상이 뭔 죄기에..' 라는 구절이 있어 웃었습니다만...

제가 이 책에서 진심으로 배운 이유는 바로

이 책들의 이야기들이 전부 '도시'에서 써내려간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여행을 많이 다닌 분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이가 더 많고,

도시에서 살아가며

삶은 걍팍해지지요.

 

'독하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개인, 개인들이 모여 인구 천만을 넘기는 도시'

 

저자가 통찰한 것처럼

개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한 저자가 도시에서 살아가며

마음을 닦은 이야기들은

치유니 명상이니 하는 말이 하나 없어도 담담하게 스며 약이 되어줍니다.

 

도시에서 명절을 보냈던 D의 일화처럼

단편소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와

산중에서 도닦은 이야기처럼 가슴이 맑아지는 경구들.......

 

어떤 이들은 "클래식"의 기준으로

몇 번을 다시 보느냐를 꼽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 책도 클래식이 아닐까 합니다.

신간 클래식^^

 

생뚱맞은 세한도는

왠지 이 책을 읽는 저의 마음이

어려운 시절을 겪던 어느 날 추사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서 올려봤습니다.

 

"생명의 양식"...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살피고, 그 안에서 맑은 위안을 던져주는 저자 같은 분이

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양식"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그녀가 죽었다.

순간, 우리 두 사람을 둘러싼

모든 시간이 입을 다물었다."

 

띠지에 적힌 글귀.

당연한 글이다.

당연하기에 아름답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유효한 말이다.

 

읽는 내내

슈텔라란 인물이 모호하다고 느꼈다.

슈텔라에 대한 고백-크리스티안의 감정이 고조될 때는 고백체가 되었고,

슈텔라와의 시간에 대한 회상- 소중한 마음을 담담한 문체가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까지 다 읽고나서

슈텔라는 곧 사랑, 첫사랑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슈텔라는 그렇게 아름답고

청년의 환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관능미를 지녔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다른 것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으로..

 

또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의

한용운 시인으로.......

 

수많은 남성 예술가들은 각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크프리트 렌츠는

그것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침묵으로 봉인까지 했다.

담담한 어조지만, 열정으로 폭발할 것만 같은 고요다.

 

생각해보니,

슈텔라는 '비너스'와 정말 흡사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것도 그렇고,

모호한 것도 그렇다.

 

그리고 이 책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까?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는 푸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정점의 물거품은 희다.

 

앞뒤로 물든 듯 점차 옅어지는 푸른빛...

그 물거품 속에서 슈텔라에 대한 크리스티안의 추억은 봉인되고

비너스는 물거품 속에서 태어났다.

 

얼마나 많은 소년들이

자신의 첫사랑을 이렇게 간직하고 싶을까?

왠지 궁금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

그 이름을 부르면 몇 가지가 함께 떠오른다.

천재, 절망, 무불통지, 유배, 엄청난 저작…….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나, 모든 분야에 막힘이 없었던 그는

조선 정조 시대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全人이었다.

정조 시대가 어떠했는가?

조선의 문화가 꽃을 피웠으며, 천재들이 오히려 흔했던 시대이지 않은가?

그러한 시대에 정조와 함께 정치를 생각했던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그로 인해 한 가지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후에 그를 죽음의 위기에 몰아넣었던 서학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학문을 얼마든지 빨아들일 수 있었던 당시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조선의 사회를 발전시킬 의무가 있는 당시 지식인들의 건강한 호기심을 보여준다.

만일 그들의 뜻이 펼쳐졌다면, 조선의 역사는 전혀 새롭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생명줄은, 정약용을 위시한 천재들의 꿈은

정조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아직도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이 위대한 군주의 죽음 이후,

조선과 조선의 천재들은

사적인 영달에만 관심이 있었던 반동세력, 권력자들에 의해 처참하고 완벽하게 몰락한다.

독재 권력을 휘둘렀던 노론이 들이 민 칼날은 바로 ‘서학’이었다.

이미 새로운 학문에서 자생적으로 종교로 자리잡고 있었던 서학(=천주교)은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 조선의 지식인과 정약용을 위시한 진보세력을 치기에 너무나 좋은 양날의 칼이었다.





사실 정약용은 일찍이 서학과의 관계를 끊은 상태였다.

그가 정조에게 올린 상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젊은 날, 새로운 학문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서학 공부는 그가 성균관에 들어가

정조의 가르침을 받게 되면서 자연히 중단하게 된다.

정조는 군주이면서 스승인, 성리학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철인군주에 가까운 왕이었는데, 그가 미래의 조선을 이끌어갈 성균관의 젊은 지식인에게 요구하는 학문 수준은 굉장히 높았다.

그는 유생들에게 주제를 내려 논문을 쓰게 하고,

친히 수십 개의 질문을 내려 답하게 하는 등 강도 높은 학문 수련을 요구했던 것이다.

임금에게 답해야 하는 질문이 100여 개에 가깝고,

그것도 짧은 시간에 해야 한다면 그 숙제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 자신이 최고의 학자였던 정조는 서학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었다.

그는 성리학이 정학이라고 믿었지만, 그것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모든 물길을 열어주면 자연히 주된 줄기가 생기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치세에도 서학을 탄압하자는 노론의 주장이 거셌지만,

정조는 절대 조선의 새로운 가능성을 자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의 희망은 정조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고,

정약용도 삶과 죽음의 길에 오르게 된다.

이십 대 초반 잠시 서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꼬투리 삼아

노론세력은 진보의 싹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정조가 죽은 다음 해,

정약용의 집안은 말 그대로 멸문지화에 이른다.

이미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셋째 형 정약종과 그 아들이 처형을 당한다.

둘째 형 정약전과 그 자신이 유배를 당한다.

큰형 정약현의 맏사위 황사영이 능지처참 당하고, 그 아내인 큰조카딸 정명련이 노비가 되어 제주도로 부처되었으며, 두살배기 아들도 노비가 된다.

처남인 이승훈이 처형당하고, 함께 처형당한 이가환은 이승훈의 외숙부이니 정약용과도 먼 친척이라 할 수 있다.

한 집안에 같은 죄목으로 죽거나 유배간 이들만 이 정도이니, 살아남은 가족이라 할 지라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약용은 18년 동안 유배를 당하게 된다.



정조와 함께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정약용의 절망이 어떠했을까?

죽고 헤어진 형제자매들에 대한 애달픔, 한시도 잊지 않았던 꿈이 하루아침에 스러진 절망, 앞날을 꿈꿀 수 없는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

고문과 떠도는 생활로 인한 육신의 고통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유배를 당한 초기, 머물 곳이 없어 주막의 봉놋방에서 머물기도 했다고 하니

당시의 삼엄한 정국과 사나운 인심을 짐작하고도 남겠다.



그러나 다산에 정착한 그는 제자들을 키우며

깊은 대나무 숲 속의 초당을 학문의 집으로 만들어간다.

읽기와 사색과 토론과 쓰기…….

그가 남긴 저술만 500여 권에 이른다.

그 하나하나가 깊고 진실한 학문의 경지를 보여준다고 하니, 그에게는 천재라는 말이 오히려 경박해 보인다.

천재적 재능만으로도 우직한 노력만으로도 이룰 수 없는 업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읽은 그의 글은 유배초기 네살배기 아들이 죽은 것을 슬퍼하며 쓴 글이었다.

그 다음은 굶고 학대받는 백성들을 슬퍼하며 쓴 <파리를 조문하는 글>…….



“순조 10년(1810) 경오년 여름에 파리가 극성하여 온 집안에 가득차고 점점 번식하여 산골에까지 득실거렸다. 고루거각(高樓巨閣)에서도 일찍이 얼어죽지(凍死) 않더니 술집과 떡가게에 구름처럼 몰려들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우레 같았다. 노인들은 탄식하며 괴변이라 하고, 소년들은 성을 내며 파리 소탕전을 펴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혹은 파리 통발을 설치하여 거기에 걸려 죽게 하고, 혹은 독약을 쳐서 그 약기운에 어질어질하게 하여 섬멸하려 했다.

나는 말하였다.

아아! 이는 죽여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이는 굶주려 죽은 자의 변한 몸(轉身)이다. 아아! 기구하게 사는 생명이다. 애처롭게도 지난해 큰 기근을 겪고 또 겨울의 혹한을 겪었다. 그로 인해서 염병이 돌게 되었고 게다가 또 다시 가혹한 징수까지 당하여 수많은 시체가 길에 널려 즐비하였고, 그 시체를 버린 들것은 언덕을 덮었다. 수의도 관도 없는 시체에 훈훈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높아지자, 그 피부와 쌀이 썩어 문드러져 옛 추깃물(송장이 썩어서 흐르는 물)과 새 추깃물이 괴어 엉겨서 그것이 변해 구더기가 되어 항하(恒河:인도 갠지스강의 한자이름)의 모래보다도 만배나 많았는데, 이 구더기가 날개를 가진 파리로 변해 인가로 날아드는 것이다.

아아! 이 쉬파리가 어찌 우리 인간의 무리(類)가 아니랴. 너의 생명을 생각하면 눈물이 줄줄 흐른다. 이에 음식을 만들어 널리 청해 모여들게 하니 서로 연락해 모여서 함께 먹도록 하라.”



조문의 글 앞에 쓴 글만으로도

그의 눈물이 느껴진다.



유명한 학자로만 알았던 그의 넘치는 감성과 진솔함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는 아직도 그의 저작을 제대로 읽어본 바 없지만,

그의 삶을 알아가며 그의 굳센 의지, 그리고 그것보다 더 진한 오기와도 같은 심정에 동감한다. 아니 솔직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살아서 그처럼 오래 죽음 이후를 생각했던 이가 또 있었을까?

자찬묘지명-自讚墓誌銘.

그가 스스로 묘지에 새길 글을 쓴 이유는,

자신의 뜻과 삶이 잘못된 권력에 의해 잘못 기록되어

자신과 비명에 간 형제, 벗들의 삶이 그것만으로 기억될까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여 후세 사람들이 정확하게 판단해주기를 기다리며, 그는 유배 이후의 삶을 살았다.

죽음 이후를 생각하며, 그는 살아있는 하루하루 옷깃을 여몄을 것이다.



"내가 너의 착함을 기록했으니 여러 장이 되었도다. 너의 감춰진 사실을 죄다 기록했기에 이 이상의 기록이 없으리라. 네가 말하기를 나는 사서육경을 안다라고 하였으나 그 실천한 바를 생각해보면 어찌 부끄럽지 않으랴. 너야 명예를 널리 퍼뜨리고 싶겠지만 그러나 찬양이야 할게 없다. 몸소 실행하여 증명시켜 주어야만 널리 퍼지고 이름이 나게 된다. 너의 뜻 섞여 어지러운 것을 거두어들이고 너의 분별없이 함부로 날뜀을 그쳐서 부지런히 실천하기에 힘쓴다면 마침내 경사가 있으리라. "



그가 만년에 썼던 사암俟菴이라는 호는 ‘훗날을 기다린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살아있으되, 죽은 이후를 생각하며 살았던 삶.



정약용,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간 사람도 있다.

이 사람으로 인해,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해도 자신의 존엄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어떤 어려움에도 쉽게 불평하거나 핑계대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