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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나서 가슴에 담는 책과
메모를 긁적이는 책이 있습니다.
바쁘거나 너무 할 말이 많거나 그럴 흥취가 안나거나.. 아무튼 인연이 닿지 않는 책들은
그렇게 가슴에 담죠.
흔히 감상문이라 할 메모는
블로그를 만든 후에는 이곳에 갈무리 하는데,
다른 이를 위하여라기보다는 저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림과 음악과 함께 돌아보며,
다시 책장을 펼칠 수 있기 위하여...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도
책장 가까이에 꽂아놓고 다시, 또 다시를 하게 할 책입니다.
서점에 가면,
명상에 대한 책, 치유에 대한 책들이 많죠.
하지만 철저한 리얼리스트에 경험주의자에 가까운 저는
그런 것을 내세운 책에서 '쉼'을 배워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전작 <티베트의 아이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저자의 글이라면...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책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리얼리스트로서, 경험주의자로서 하는 말입니다.
본문 내용 중에
일주일에 한 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화해의 과정에서
'도시가 뭔 죄고, 명상이 뭔 죄기에..' 라는 구절이 있어 웃었습니다만...
제가 이 책에서 진심으로 배운 이유는 바로
이 책들의 이야기들이 전부 '도시'에서 써내려간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여행을 많이 다닌 분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이가 더 많고,
도시에서 살아가며
삶은 걍팍해지지요.
'독하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개인, 개인들이 모여 인구 천만을 넘기는 도시'
저자가 통찰한 것처럼
개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한 저자가 도시에서 살아가며
마음을 닦은 이야기들은
치유니 명상이니 하는 말이 하나 없어도 담담하게 스며 약이 되어줍니다.
도시에서 명절을 보냈던 D의 일화처럼
단편소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와
산중에서 도닦은 이야기처럼 가슴이 맑아지는 경구들.......
어떤 이들은 "클래식"의 기준으로
몇 번을 다시 보느냐를 꼽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 책도 클래식이 아닐까 합니다.
신간 클래식^^
생뚱맞은 세한도는
왠지 이 책을 읽는 저의 마음이
어려운 시절을 겪던 어느 날 추사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서 올려봤습니다.
"생명의 양식"...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살피고, 그 안에서 맑은 위안을 던져주는 저자 같은 분이
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양식"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