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 위대한 두 여성 인류학자의 사랑과 학문
로이스 W. 배너 지음, 정병선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영혼의 동반자였던 두 여성인류학자들의 위대한 전기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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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로이스 W. 배너는 역사 및 젠더학 교수로 재직하는 여성학자이다. 서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두 여성인류학자들에 대한 꽤나 심도있는 연구를 위해 방대한 자료와 힘겨운 싸움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단한 끈기와 열정과 인내로 이뤄낸 과업인 셈이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방대한 양의 전기서가 나왔으니, 그동안의 고통을 토로할 만하다는 생각을,읽어나가는 독자로서는 백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와 마거릿 미드, 단순히 두 사람의 저서나 연구에 대해 언급한 것뿐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해 꽤나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는 1부 1장의 선구자라는 제목부터 짐작해볼 수 있듯이, 저자는 그들의 조상의 삶까지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집안 내력을을 통해 자라온 환경이나, 성장과정 등을 통해 그들이 어떤 인물로 자라게 되었는지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고향을 방문하거나, 연구자들이나 관련된 인물을 만나고, 연구자료를 살피면서.



마거릿과 루스는 1922년, 뉴욕 바너드대에서 개설한 인류학 입문과정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프란츠 보애스라는 교수 밑에서 각각의 학문의 지평을 넓히기 시작하는데, 당시 마거릿은 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심을 하던 시기였다. 저자의 표현을 빌어 설득에 꽤나 소질이 있었던 루스의 권유 덕에 문화인류학에 들어서게 된 마거릿은 처음부터 루스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루스 역시 자신의 우울했던 성질을 감추기 위한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마거릿에게 첫 눈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둘은 평생을 두고 영혼의 동반자로써 친구이자, 학자이자, 연인으로 지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공통된 부분이 있겠지만, 상반되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자라온 환경이나 교육방식의 차이에서 또 다르게 형성된 특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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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엄하고 독실한 크리스찬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타고나기를 예민한 루스는 자주 구토병을 앓았고, 동생에 대한 열등감에 비교되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그러나 타고난 감수성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우울한 성향의 원인이 정서적 아동학대 때문인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바깥에서 보기에는 큰 계기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루스는 어릴 적부터 환상이나 공상에 몰두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종교를 통하여 이런 기질이 다스려지길 바랐고, 나름의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며, 정교하고 복잡한 자살을 꿈꾸기도 했다니, 죽은 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관 속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을 때도 그러했다. 그에게 죽음은 낭만화된 경향이 있었던 게 일찍이 그리스도의 부름을 받고 가는 것이기에, 그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또한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데에도 타고난 데가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강연을 하다가도 떠오르는 이미지의 생생함에 자주 멈칫한 적이 있다고도 한다. 루스가 기피했던 이미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닭장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그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열한 살 무렵에는 신장이 무려 170cm였다니, 무척이나 건장한 체격을 가졌던 것 같다. 모나리자와 같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 안에 내재된 남성성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고, 특유의 신경질적인 부분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주변인을 대했다고 한다.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그는 특히 자신이 그리는 환상세계에서 남성적 골격을 가진 무녀 시빌의 이미지를 자주 차용했다고 한다. 꽤나 우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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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은 이와 반대로 일반적인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듯 보였다. 부모님 두분 다 교사아자 학자였고, 어머니는 자유연애사상을 가진 개방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인종차별을 지양하며 하녀나 주변 일꾼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늘 주의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엘리트주의의 틈새로 조숙한 아이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마거릿은 활동적인 낙천주의자였다고 한다. 사랑을 준 동시에 상처를 준 것 역시 부모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마거릿은 자신안의 남성성을 너무나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안정된 결혼생활을 꿈꿨으며,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싶어한 동시에, 아름다운 여성에게 끌리기도 했다. 니체의 사상에 동의한 부분이 있었으며, 자유연애와 양성애적 태도를 지향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웬만한 남성보다 더 정력적인 활동가였던 게 심리학 석사학위 논문을 쓸 당시, 인류학 박사학위 논문을 동시에 진행시켰으며, 시간제 근무까지 했다고 하니 대단한 열정을 가진 인물인 것 같다. 이는 루스와 마거릿 모두 공통된 부분이기도 하다. 둘다 자신이 연구하고 갈고 닦는 학문에서 성공을 하고 싶었고 명예를 얻고 싶어 했다는 점이 공통된 부분이다.

또한 여성스럽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이른바 연출자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대학시절 겪었던 차별을 통해 이미 소수자의 세계를 경험해봐야 했고, 이에 굴하지 않고 인기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한 것 또한 놀랍고 대단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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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닮은 부분만큼이나 상반된 성향의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두고 '시빌'의 이미지에 대한 대비되는 의견을 나눌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각자 자신만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이는 저서를 쓸 때 가장 긍정적으로 작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인류학과 여성학에서 두루 영향을 미칠 굵직한 연구와 저서를 남겼다.

루스 같은 경우 특유의 감수성을 토대로 인간의 사상, 행동의 의미를 심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했었고, 문화와 퍼스낼리티 연구나 국민성 연구의 기초를 이루게 되었다. 주요저서로는『문화의 유형』,『민족-과학과 정치성』,『국화와 칼』등이 있다.

마거릿 같은 경우 실제로 뉴기니, 발리섬 등의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였다. 청소년기에 있어서 문제와 성 행동에 대한 이론을 발표하였고, 미국 문화인류학에 심리학적 방법을 도입하고 발전시켰다. 주요저서로는『사모아의 성년』,『마누스족 생태 연구』,세 미개사회의 성과 기질』,『남성과 여성』,『권위에 대한 소비에트인의 태도』등이 있다.

마거릿 역시 국민성에 관한 비교연구에서도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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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부분들이 군데군데 자연스럽게 잘 녹여져 있는데, 이들의 성장과정과 관계성, 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 저서를 쓰게 된 배경, 연구를 진행시키는 데에 따른 노력 등은 물론, 당시의 체제 이를 테면 가장의 윤리주의라든지, 결혼을 하면서 완성될 것으로 생각되었다는 여성성이라든지 현대의 사고방식과 비견해 주목할 부분들이 많았다.

동성간의 스매시, 크러쉬 열풍이라든지, 레즈비언 문학을 창시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 성경의 룻기 구절이라든지, 같은 인류학을 공부하면서도 여성학자들을 견제했던 남성학자들의 태도라든지 정말 사소한 것 하나부터 거대한 세계나 이론에 대해 언급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대단한 책이다. 그들의 조상의 삶을 훑으면서 가정환경, 성장배경을 고증을 통해 상세히 서술한 것도 그렇지만, 그들의 학창시절 교우관계, 연애이야기, 대학시절 영향을 미친 주변인들이다 유명인사에 대한 부분, 당시의 젠더문화나 연구에 대해서도 관련된 부분은 모두 언급하고 지나간다. 그래서 각주를 제외하고도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정말이지 엄청난 분량이다. 

고로 두 사람의 관계성에 대해 어떠하다고 결정내리기 보다 그들의 저서를 더불어 같이 펼쳐놓고 부분 부분 음미해가며 읽어야만 완독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난 제대로 된 완독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일단 너무 무지했었기 때문에)

인류학에 무지했고, 여성학에 무지했고, 두 사람 이름을 완전히 처음 접한 사람은 멘붕에 빠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그러했다. 차라리 두 사람의 저서를 읽고서 시작했다면 더 잘 읽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자꾸만 남는다. 내가 예상하고 목표했던 지점과 이 책의 본래 목적이 약간은 비껴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약간의 오류일 뿐이다. 내 스스로가 가졌던 잘못된.

여튼 이 책은 인류학에 관심을 두고 있고, 루스와 마거릿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공부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도움을 될 책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대단한 업을 이뤄내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루고 그 사람의 연구과제를 다루기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무려 두 사람의 삶을 동시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두 사람의 관계성을 염두해두면서 말이다. 저자 역시 페미니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니 더할 나위 없다. 좋은 연구서적인 동시에 참고서적이 되어줄 것이다(입문서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연한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 대신 이렇게 연구해줘서 감사한 마음마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이 리뷰는 현암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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