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 -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움베르토 에코.토머스 A. 세벅 엮음, 김주환.한은경 옮김 / 이마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존과 허구의 콜라보레이션, 기호학과 연역, 퍼스와 홈즈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






**



기호학과 홈즈, 홈즈와 기호학. 대체 홈즈는 생소한 학문과 어떤 연관성이 있고, 어떤 내용들이 뒷받침되는 것일까. 홈스, 사소한 차이지만 조금 낯선 발음이다. 더불어 살짝 다른 길로 걸어가보는 것 같은 새로운 기분이 든다.


먼저, 들어본 것도 같은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던 기호학에 대해 간략해 알아보려 한다.


* 기호학이란? (요약해보면) 넓은 의미로 기호의 기능과 본성, 의미 작용과 표현, 의사 소통과 관련된 다양한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 라고 한다.


인간은 문자를 포함해 상징, 지표 등으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며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여기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을 의미 작용이라 하고, 의미 작용과 기호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행위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며, 이 둘을 합하여 기호 작용이라고 한다. 즉, 기호학은 이 기호 작용에 관한 학문인 것이다.


책의 서문을 읽어보면, 이 책은 구체적으로 기획되어 구성되지 않았으나, 각각의 학자들이 연구하는 데 하나의 점점으로 모두가 모이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우연히도 그건 기호학자 퍼스와 탐정 홈즈라는 접점이다. 


서문부터 줄기차게 등장하는 이름인 '퍼스' 그는 또 누구인가. 

지식백과를 검색해보았다. 


퍼스는 현대분석철학 및 기호논리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기호실재론이라는 독특한 형이상학을 가진 철학자였다. 그리고 그 핵심요지는 우리의 사고가 곧 기호라는 것이다. 또한 탐구를 '의심에서 믿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가 사고를 기호라고 간주한 것은 우리의 탐구와 실천 자체도 우주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도입에서부터 굉장히 낯설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홈즈'에 관한 책이라 호기심에 들었다면 읽는 태도부터 달리해야 함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목차에서 한 번 갸웃, 서문에 읽을 때쯤 확실한 판단이 설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연구와 강연, 논문과 저서. 언어학자, 기호학자, 심리학자등 학자들이 쓴 글을 묶어놓은 것이니 담긴 내용은 그득하게 전문적인 내용일 터인데, 다만 그 매개체가 된 게 바로 대중적인 탐정 캐릭터인 홈즈인 셈이다.


옮긴이가 친절하게도, 세세하게 풀어놓은 주석만 해도 한 파트를 장식할 분량이다. 호기심에, 그저 가벼이 재미로 읽기에는 중량감이 대단한 책인 것이고, 이 리뷰 또한 아직은 겉핥기식으로밖에 정리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하기 위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댄 것이라는 것을 앞서 밝혀두려 한다. 


(재밌게 읽었던 부분을 중점으로 정리해보면...)



**



짐작컨대, 1장은 묶어진 글들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듯한 뉘앙스의 글 같이 느껴진다. 그동안 쌓아온 독서력을 통한 높은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나, 기호학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내용들의 나열이었기에 붙잡고 있는 게 고역이였다. 고로 나와 같이 호기심에 이 책을 든 사람에게 추천하기로 2장 " 자네는 내 방법을 알고 있네" /토머니 A 세벅 ·진 우미커 세벅의 글을 먼저 읽으라 하겠다. 마치 퍼스가 홈즈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제목인데, 홈즈의 부분부분을 인용하여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꽤나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토록 많은 학자들이 애정하는 학자, 퍼스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하여 자신의 확신을 다듬을 기회가 얻게 되는데, 바로 탐정놀이를 하게 된 도난 사건 덕분이다. 


뉴욕으로 가는 증기선에서 시계를 도난 당한 퍼스는 객실 내 사람들에게서 차례차례 얘기를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머릿 속에서 정리하여 범인을 지목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핑커턴 탐정 사무소장인 뱅스가 퍼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의 추리와 신념으로 가리킨 인물이 범인이 아니였다는 점이다. 대담하게도 범인의 집까지 찾아가 결국은 자신의 물건을 되찾아온 퍼스가 지목한 인물이 범인으로, 그의 추리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퍼스는 위와 같이 말하며, 그가 배에서 탐정처럼 추리를 하게 되었을 때, 최대한 수동적인 자세로 듣기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과연 누가 범인일까 추측하려다 보니, 문득 범인이 무언가 단서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무자아-의식적"인 방식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2장의 글쓴이들은 퍼스의 일화와 더불어 홈즈의 추리장면을 인용하여 설명하기를, 홈스가 추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것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또한, 홈즈가 추리를 잘하는 이유는 추측을 너무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유인즉, 관찰을 한 뒤, 자신이 아는 내용을 토대로 추측을 하는데, 그 정확성이 꽤나 신빙성이 있기 때문이다. 홈스는 자신도 모르게 퍼스의 충고인 최선의 가설을 따르라는 것을 이행한 셈이다.  


퍼스의 주장에 따르면, 최선의 가설은 가장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며 가장 검증하기 쉬우면서 모든 가능한 사실들을 광범위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왓슨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추론을 펼치는 홈스의 일화에 더불어 전개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가추법은 법칙과 사례를 통해 결과에 도달하는 연역법, 사례와 결과를 통해  법칙을 도출해내는 귀납법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법칙과 결과를 통해 사례를, 즉 가설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의 풍성함도 생기게 된다.


**


<홈즈의 모델이 된 에든버러의 벨 박사>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그 사실. 바로 홈즈의 모델인 코난 도일의 스승 벨 박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대단한 분석과 직관력으로 병의 발병원인을 도출해냈다고 한다. 또한 개업의로서 도일 경은 의학 교육을 통해 이미 관찰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논리법과 그걸 쌓는 과정은 특히 흥미로운데, 재밌는 점은 홈스는 허구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인물은 연구자들이 한 번쯤은 언급하고 넘어갈 만큼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보면 홈스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실존인물 못지 않은 존재감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퍼스의 일화와 홈스의 추리과정을 같이 보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탐정으로서의 퍼스의 방법론과 기호학자로서의 홈즈의 방법론을 나란히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각기 다른 강의를 듣는 자세로,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겠다.

또 어떤 다른 관점에서 말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



인용된 퍼스의 말 중 인상 깊은 표현이 있는 구절을 마지막으로, 

부족한 독서력으로 인한 허접한 리뷰를 이만 마치려 한다.




(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지식은 하나의 순수한 가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귀납법은 단지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보다 확실하고 세련되게 할 뿐이다. 그저 막연히 바라보는 단계를 넘어서서 약간의 지식이라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추법을 사용해야만 한다. / 42쪽

표면적인 의식 상태에서는 구분되지 않으며 실제적인 판단이라고 여겨지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임을 깨달았다. / 44쪽

하나의 가설을 만들어 내는 것은 "통찰의 행위", 즉 "가추적 제안"인데 이는 "섬광처럼" 문득 나타난다. /45쪽

"과학의 추론의 첫 단계"이자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논증 형태"인 가추법은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세계의 여러 측면들 사이의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지각하는 것에 의존한다. /45쪽

어떤 개인의 외모나 말하는 습관 등을 보고 단서를 모아서 정체에 관해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추측이 필요하다. 바로 이 때문에 퍼스는 이런 과정을 가추법적 귀납법 또는 추리적 모델링이라고 불렀다. /75쪽

"하나의 논증으로서 우주는 분명히 위대한 예술작품이며 시이다. 마치 모든 참된 시가 훌륭한 논증이듯이, 훌륭한 논증 역시 하나의 시이며 교향약이다
…. 그 전체적인 영향력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정 한도 내에서 전체의 한 부분이며 결과물로서 질적인 것을 식별할 수 있다. 이 질적인 것은 전제에 속하는 기본적인 질의 결합물로부터 생겨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