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중앙일보에서 연재하던 때에 좀 보다가 끝까지 보지 못했다. 출간된 후에도 선뜻 사지 않고 


있다가 5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도 나에게 오는 때가 있으니. 


아시다시피 이 책은 작가 공지영이 성이 다른 세 아이와 아둥바둥 함께 사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


로 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겨야겠지만, 읽다보


면 술술 읽히는 짧고 경쾌한 문체 때문에 꽤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숱한 기사와 <무릎팍 도사> 출연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만천하에 고한 작가, 책 속 그녀가 욕을 먹


은 표현대로 '매꼬롬하게 예쁜 얼굴'에 좋은 학벌, 부족함 없었던 어린 시절까지.. 시기 꽤나 당했


음직한 인생은 최선을 다해 한 세 번의 사랑과 결혼 덕분에 사람들 입에 참 많이 오르내리는 작가가 되었다. 


나오는 책마다 엄청나게 팔리고, 최근에는꾸준하게 작품으로 사회적 공론화까지 시키는 힘을 발


휘하는 등 숱한 화제까지 낳는 작가가 되었다. 어떨 땐 한 사람의 여자로서 참 감당하기 힘든 굴레


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녀가 오랫동안 감내해야 했던 세상의 시선, 가장으로서의 의무감과 막막함, 베스


트 작가인 동시에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바쁜 일상 등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녀가 책의 에필로그에서도 강조했듯,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라는 점이 있지만, 독자라면 


어느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진실'된 그녀의 속내를 체감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의 입과 언론에 오르내리는 그녀의 삶만을 생각했지, 그 아이들의 일상까지는 미치


지 못했던 관점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아프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이기에 미숙해서 저


지르기 쉬운 교실에서의 일상이나 선생님의 태도 등은 우리가 지난 학창시절을 돌아봤을 때 흔히


들 저질렀던 '다름'에 대한 미숙함, 쉽게 상처주고 무심했던 집단 의식 등을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또한, 그녀와 아이들이 살아내며 겪는 갈등과 그 속에서 오가는 대화를 보면 방황하는 내 삶과 


갈등하는 인간관계를 되짚어 보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위녕,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엄마는 살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유학까지 갔다 온 박사 교수 의사 이런 사람들 중에 그 좋은 머리와 많은 학식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남까지 망치는 사람들 많이 보았어.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한 거고, 더불어 사는 법을 연습하는 거고, 그리고 힘든 이웃을 돕는 거야.'


'이상한 일이다.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버리는가보다.'


'위녕, 진정한 자존심은 자기 자신하고 대면하는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사는 건 참 맘대로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고 싶었다. 내가 앉은 가시방석이 꽃자리라는 말과 함께.'


하루하루 사는 게 버거운 직장인이든,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든, 가볍게 들기 좋은 


소설인 것 같다. 내가 앉은 가시방석이 꽃자리임을 깨닫게 해 준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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