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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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시집. 힘든 시기에 신문 어귀에서 잘라놓은 '너의 하늘을 보아'란 시를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그 시인이 15년의 세월을 담아 304편의 시로 돌아왔다. 그의 이름을 많은 이들이 기다렸는지 2010년 출간 이후 19쇄(2017년 기준)나 찍어낼 정도로 시집으로서는 이례적인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


노동과 저항을 대변하는 저자는 그간 시선을 세계로 넓혀 지구 곳곳의 아픔을 시인의 언어로 한 편 한 편 길어 올렸다. 인간이 자행하고 결국 인간이 고통받는 전쟁뿐 아니라 빈곤지역, 인권유린의 현장,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 등 각종 사회 속 부조리의 편린들이 모두 시의 언어로 씌여졌다. 짤막한 뉴스 혹은 탐사보도, 오래도록 파고드는 다큐멘터리의 그것과는 또 다른 언어의 함축성, 짧지만 쉬이 넘길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가 시의 속성이자 역할이 아닐까. 차마 외면하고픈 적나라한 아픔이 무겁게 다가온다. 세월의 무게와 사람들의 아픔을 이렇게 시로 쉽게 마주해도 되는 것인지, 부끄러움이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현실을 쓴 시를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하는 나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시인은 끊임없이 새날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촛불로 결국 희망을 이뤄냈듯 끊임없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피력한다. 아픈 시는 아팠지만 그럼에도 많은 시는 희망을 품게 했다. 500여 쪽의 시가 주는 묵직함은 오늘날 우리가 대면해야 할 현실이자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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