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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길이 ㅣ 청춘문고 8
구달 지음 / 디자인이음 / 2017년 7월
평점 :
제목에 끌려 선택한 책. 받아보니 손바닥만 한 문고본 형태라 깜찍했다. ⠀
편집 일을 하다 회사를 그만둔 저자가 집에 틀어박혀 보낸 시간을 기록했다. 《리스본행 열차》에서 '한 달의 길이'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을 보고 영감을 받아 서른 밤낮의 일상을 담은 것. 시간을 독점하고 싶어 퇴사했지만 늘어난 시간만큼 의미 있고 대단한 일들이 쌓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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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로 남기지 않았다면 금세 잊었을 사소한 일화가 빠짐없이 담겼다. 짜파게티를 끓여먹고 두부 포장 용기에 손을 베이고 창틀에 불현듯 나타난 청설모를 관찰하는 등 공감할 내용이 소소하게 이어진다. 편집자의 공통점과 두산 베어스의 무난한 승리를 바라보는 일상이 겹쳐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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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문득 느낀 감정이 있는데 우리의 기억은 연도와 날짜가 아니라 그 순간을 기억한다는 점이었다. 같은 내용이 책 안에 스친다. 톨스토이가 말했다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는 오직 순간으로 나열될 뿐이다.' ⠀
나의 한 달을 기록한 기획이 좋았고 젊은 창작자의 찬란한 열정을 기록한다는 출판사의 의도도 응원하고 싶었다. 독자의 읽는 기쁨을 배가시켜 주는 틈새 기획과 다양한 저자가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