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 길 위에서 만난 나와 너,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조아연 지음, 고요한 사진 / 하모니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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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나 연말에 그동안 모아둔 연차를 몽땅 여행으로 써버릴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편이라 웬만한 여행관련 책이나 잡지는 거의 다 읽어보았다
이 책이 지금까지 본 책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가 여행서적에 기대하는 유명한 여행지나 핫스팟, 여행꿀팁,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드라마틱한 여행 에피소드 같은게 없다

저자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 어디론가 떠나고싶다는 상상을 하고, 어른이 되어 일상의 무게에 지칠때마다 도망치듯 어릴때 꿈처럼 낯선곳으로 떠난다
'길에서 만난 나와 너,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저자 혼자서 떠난 여행의 단상을 기록한 '나의 여행', 사랑하는 사람과 떠난 여행을 추억하는 '너와의 여행',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당신들' 총 세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저자는 꽤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뉴욕이나 파리처럼 내가 가본 곳도 있고, 나의 로망 여행지인 옐로나이프도 있고,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슬로베니아 블레이드 호수같은 이름도 생소한 곳도 있다
저자의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보통의 여행책이나 여행 에세이에 나오는 요즘 뜨는 레스토랑 카페 명품샵 등은 하나도 없다
예를들면 뉴욕하면 누구나 하나씩 말하는 MoMA 센트럴파크 소호 브로드웨이 뮤지컬 대신 저자가 숙소로 이용한 작고 오래된 아파트의 고양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버스비를 구걸하던 이스라엘 여인, 팔찌 파는 10살 쿠스코 소년, 볼리비아 택시운전사와의 추억같은 낯선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다른사람들이 볼땐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저자에겐 다른 어떤것과도 바꿀수없는 소중한 순간들일것이다

책에 나온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을 읽고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내가 떠난 여행지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보았다
언제나 빡빡한 일정에 떠밀려 한군데라도 더 가고 하나라도 더 보고 추억으로 남길만한것들을 사기위해 바쁘고 피곤하기만했던 나의 지난 여행들에 놓쳐버린건 없을까?
저자처럼 에스프레소 한잔, 동네 슈퍼마켓, 작은 단골식당같은 소소하고 따뜻한것들 말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어도 마음대로 떠날 자유가 없어진 지금, 코로나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길위에서 만나는 작은 찰나의 순간들이 인생의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될수있다는걸 보여준다
'길위에 조금씩 쌓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은 앞으로의 나를 만들테니 결국 난 여행을 계속 할수밖에 없겠다'
저자의 말처럼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떠날수있는 날이 오면 우리 모두의 여행도 계속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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